지난해 수능(修能) 후 발표를 기다리던 아들이 대뜸 "떨어지면 바로 입대하겠다"고 선언해 깜짝 놀랐다는 지인의 얘기다. "떨어질 수도 있지, 너무 상심 마라. 한 해 더 하면 되지. 재수는 '필수'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위로를 건넸더니 "군대 가서 재수 준비를 하겠다는 말"이었단다. 요즘 군대는 개인·자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주고 공부하는 걸 막지도 않고 수능 특별 휴가도 보내 주기 때문에 가능하단다. "주말을 활용해 '인강'도 들을 수 있다. 어차피 복무 중이어서 떨어져도 상관없고 제대 후 다시 수능 쳐도 시간상 손해 보는 것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수능 준비하러 학원 대신 군대 간다'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달라진 군 풍속도(風俗圖)다. 군대는 맨날 맞고 얼차려 받고, 화장실 청소 밀대 걸레를 입에 물고 머리를 박기도 했던 곳으로 인식돼 있는 부모 세대로선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다. 개인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장되는 카투사나 공군이 특히 인기다. 공군 입대를 위해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받으려고 지게차운전기능사, 대형면허 등 각종 자격증·면허증까지 취득할 정도다. 군의관·공중보건의 대신 일반 병사로 입대하려는 의대생도 급증했다. 복무 기간도 줄고, 월급도 많이 받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스마트폰도 사용할 수 있는 등 복무 여건이 개선된 건 반가운 얘기다.
그런데 사실 걱정이 더 크다. 저출생으로 병역(兵役) 자원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 최소한의 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해서다. 국군 병력이 지난달 45만 명으로, 6년 새 11만 명이나 급감했다고 한다. 수년 내 40만 명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사분계선에 배치돼 경계 근무를 설 병력조차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무기체계 첨단화, 시스템 자동화 등 '국방 혁신 4.0'을 추진 중이다. 병력 부족 등에 대비해 더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전투 효율을 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무리 자동화·첨단화돼도 절대 병력의 감소에는 방법이 없다. 군사분계선 경계병(警戒兵)도 로봇으로 대체될 날이 머지않다. 지금도 일부 비무장지대에 실전 배치돼 있는, 24시간 감시와 필요시 자동 사격도 가능한, 로봇 경계병이 운용되고 있지만 10년 후쯤엔 아예 모두 대체될지도 모를 일이다.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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