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정치 이야기로 물들었던 3월 중순경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확정적이었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주변 평가는 둘로 정확히 나뉘었다. '일 잘하고 정치적 장악력이 뛰어난 추진력 있는 후보'란 평가와 '사법 리스크가 있는 부도덕한 포퓰리스트'란 평가였다.
이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고 당선이 확실시 되자 '일 잘하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가 주식시장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 후보가 4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간담회를 열며 코스피 5000과 상법개정을 외쳤을 때 시장은 환호했다. "드디어 한국 증시가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겠구나." 이소영 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자 외국계 증권사에선 한국 시장 재평가에 대한 보고서를 하나둘 내기 시작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상법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었다. 민주당 내에서 갑자기 부자감세가 화두로 떠오르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누더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정상화한다는 명목으로 법인세를 다시 올리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되돌리며 은행이 부과하는 교육세를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법인세를 24%에서 25%로 올리는 것이나 은행 교육세를 0.5%p 인상하는 게 대세에 지장이 있을까. 개인 투자자들이 혐오하는 대주주 기준도 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과 비용을 초래하고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 증시가 완전히 무너질까. 아닐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10억원이었으니까.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너덜너덜 해졌지만 그나마 하는 게 낫다. 물론 그 효과는 기대대비 매우 미흡하겠지만 말이다.
핵심은 이러한 정책 노선이 시장에 어떠한 정치적 함의를 주느냐다.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된 대통령이 전면에 내세웠던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다른 이도 아니고 민주당 내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통령 정책은 누더기가 되고 있는데 민주당 강성 지지층 외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조국 사면과 윤미향 사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국민들이 이 대통령에게 기대한 건 '일 잘하는 모습'과 '추진력'이었다. 그런데 시장에선 이 대통령의 이런 기조를 보고 사실은 이 대통령이 머리 위에 진성준과 조국, 김어준을 상왕으로 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이 될 것인지 당내 세력에 발목 잡혀 가장 빨리 레임덕에 들어가는 대통령이 될 것인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최재리 자산운용사 팀장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연극에서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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