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홍준표] '똘똘한 한 채'가 만든 왜곡된 대한민국

홍준표 세종본부 차장

홍준표 세종본부 차장
홍준표 세종본부 차장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리스크를 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여러 바구니에 분산 투자하기보다 서울이라는 한 바구니에만 모든 달걀을 쏟아붓는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한 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대구를 비롯한 지방의 집은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낳은 왜곡된 풍경이다.

서울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 가는 반면 대구를 비롯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조사와 연구를 보면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156% 급등했지만 대구는 12%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인천이 대구를 역전했고, 대구는 6대 광역시 평균에도 한참 못 미쳤다. 단순히 시장 수급(受給)의 차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지방 다주택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세제(稅制) 구조가 서울 집중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특히 세제 구조의 문제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현행 세제는 주택 수를 기준으로 양도세와 보유세를 차등 부과한다. 서울 12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은 비과세 혜택을 누리지만, 지방에 6억원짜리 두 채를 가진 사람은 수천만원의 세금을 더 낸다. 결국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出廻)를 막고, 서울의 초고가 주택 수요만 살리는 결과를 낳는다.

한쪽에서는 초고가 아파트 청약에 수만 명이 몰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방 미분양이 수천 채씩 쌓이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지방은 '투자 가치 없는 지역'으로 낙인찍히고, 젊은 세대는 지역을 떠난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다. 교육·고용·인구 문제와 직결된 구조적 위기다. 서울과 지방, 나아가 지방 내부의 격차까지 고착화한다면 주거 안정은커녕 국가 균형발전 전략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대구 사례는 단순한 지역 이슈가 아니다. 한국 부동산 정책의 구조적 한계와 수도권 쏠림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경고등이다. 실제로 수성구는 전국에서 서울 강남구 다음으로 아파트 가격 양극화가 심한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방조차 내부 불균형에 흔들린다면 균형발전은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주택 수 중심의 단순한 규제가 아닌, 양도차익과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한 합리적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지방 주택에 대한 한시적 세제 혜택을 부여해 수요를 분산하고, 지역별로 차별화된 주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세금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과 주거 안정의 토대다.

여기에 더해 개인의 선택 또한 중요하다.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분산 투자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늘어나야 한다. 교육·고용·교통 인프라가 확충될수록 지방 부동산은 새로운 기회를 품는다. '똘똘한 한 채'만 좇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위험을 안긴다.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서울만 바라보는 게임"이어서는 안 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주식 시장 개미 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서울이라는 단 하나의 바구니에만 모든 달걀을 몰아넣는다면, 그 바구니가 흔들릴 때 국가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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