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인프라 없이 가뭄·홍수 어떻게 막나", 李 정부는 듣고 있나

한화진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 위원장(임기 2년)이 임기를 절반도 끝내지 못하고 최근 사의(辭意)를 표했다. 정권 교체에 따라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속 탄녹위가 무슨 권력기관도 아닌 탓에 구태여 억지스럽게 물러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탄소중립 등 환경 정책은 정권의 성향보다 전문성이 더욱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한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장 하루만 집중호우가 내려도 김포공항 일대가 잠기는 것을 막지 못하는데, 인프라 없이 어떻게 드넓은 하천과 그 유역의 피해를 막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 등 기후변화를 국가 어젠다로 설정(設定)한다고 하면서도 금강·영산강 보 해체 취소 결정 원상 복귀, 4대강 재자연화, 신규 댐 건설 중단 등으로 기존 인프라를 파괴하고 새 인프라도 만들지 않겠다고 한 모순(矛盾)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6~20일 집중호우로 최근 10년 중 가장 큰 규모인 57명의 인명 피해와 1조848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정부는 복구비로 2조7천235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달 13~14일에는 수도권 지역에 쏟아진 호우(豪雨)로 인해 서울, 파주, 인천, 김포, 동두천 등지가 홍수에 잠겼으며, 포천·인천·김포에서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이재명 정부 정책대로라면 매년 물난리로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반복하고, 천문학적 복구비만 날릴 판이다.

한 위원장은 탄소중립의 목적과 수단의 혼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기후변화로 기상 패턴이 깨지고 돌발성이 높아지는데, 기상 상황에 가장 취약한 재생에너지만 내세우는 이재명 정부의 어리석음을 지적한 것이다. 원전(原電)에 강점을 가진 나라가 스스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해외로 수출하겠다면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이념의 굴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실사구시(實事求是) 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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