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최고 보양식 중 하나인 '페이조아다'는 검은콩으로 만든다. 원래는 노예들의 음식이었으나 '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 장수촌이면서 질병이 없는 '면역의 섬'으로 알려진 남미 에콰도르의 작은 마을 빌카밤바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유기농(有機農)으로 재배한 콩을 주식으로 먹는다. 과학이 발달한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최고의 신데렐라 작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콩이다. 육류에 버금가는 단백질과 각종 영양소, 동맥경화·골다공증·갱년기 증세 완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21세기에도 여전히 밀레니엄 식품으로 각광(脚光)을 받고 있다.
우리 한민족의 삶에서 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고구려인은 장 담그고 술 빚는 솜씨가 훌륭하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 3년 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삼을 때 예물로 '시'(豉·메주)를 보냈다"는 내용이 있다. 오늘날에도 된장·두부·두유·콩나물 등으로 우리 밥상에 함께한다. 항암(抗癌) 작용으로 널리 알려진 콩은 1천여 가지 용도로 활용되는 세계적인 식품이다.
요즘 콩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올해 초 정부의 콩 비축량은 전년 4만9천t 대비 80% 정도나 늘어난 8만8천t이었고, 아무리 팔려고 해도 8만t 수준에서 낮추지 못하고 있다. 판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가가 원하는 논콩 전량(全量)을 수매(收買)한 탓이다. 정부는 '쌀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2023년부터 논콩을 전략 작물로 지정하고, 쌀 대신 심으면 1㏊당 2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보조금에다 전량 수매까지 보장하니, 논콩 재배면적이 급증하고 생산량이 폭발한 것은 뻔한 이치이다.
국산 콩 과잉생산에 따라 억지로 해외 콩 수입을 줄이면서 온갖 부작용이 나타났다. 원가가 3배 이상 비싼 국산 콩을 사용함으로써 두부 등의 소비자 물가는 급등했다. 원재료의 원산지가 바뀌면서 생산 설비의 검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일이 벌어졌고, 특히 두부 등의 품질이 달라지는 것은 큰 문제를 불러왔다.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일정 가격에 전부 수매한다'는 양곡관리법(糧穀管理法)이 초래할 황당하고 엄청난 부작용을 콩이 먼저 살짝 선보인 셈이다. 파국(破局)은 계속된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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