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검찰 개혁 속도 집착하는 여당, 누구를 무엇을 위한 '신속'인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20일 검찰 개혁과 관련해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여서 땜질식으로 할 게 아니라 잘 정돈해서 국민 불편도 최소화하고 오히려 국민 권리를 강화하는 속에서 검찰권이 잘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다.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그 어떤 선의(善意)의 정책도 공론화·숙의(熟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추석 전 검찰 개혁 입법 완료'란 시간표를 고수하고 있다.

우 의장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의견 수렴 지시 ▷김민석 국무총리의 '국민이 볼 때 졸속(拙速)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꼼꼼히 가는 것이 좋다'고 한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여기엔 '조국·윤미향' 사면과 강성(強性)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수사권·기소권 분리 등은 70년 유지된 형사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다. 검찰 개혁은 야당과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견(異見) 조정 등 숙의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 시한과 방향을 정해 놓은 민주당 일방의 개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청 폐지에 위헌(違憲) 요소는 없는지, 범죄 수사 지연으로 국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지, 권한이 커진 경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따져 봐야 할 부분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벌어진 수사 지연이나 중대 범죄 대응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한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당 차원의 검찰 개혁 법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승리를 통해 이미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다"며 여권에서 제기된 속도 조절론을 일축했다. 지난 대선에서 절반의 국민은 이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선 승리'가 여당의 입법 독주 면허증이나, 불통 정치의 면죄부(免罪符)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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