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는 북행 희망 비전향장기수 보내고 북한도 이들을 받아들여야

생존 비전향장기수(非轉向長期囚) 6명이 북한으로 보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양원진(96), 안학섭(95), 박수분(94), 양희철(91), 김영식(91), 이광근(80) 씨 등 6명이 최근 북송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어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는 20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 검문소에 도착했으나 사전 허가 없이 진입했다는 이유로 군 당국의 경고와 제지를 받았다.

6·25전쟁 이후 수십 년간 감옥에 갇혀 있었던 비전향장기수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유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신념을 지키느라 오랜 수감 생활과 사회적 고립을 감내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삶은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상징한다. 고령, 단절된 가족, 사회적 소외(疏外)를 고려할 때, 그들이 원한다면 북한행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북으로 보냈다. 당시 북송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보냈다. 그때 가지 않은 장기수는 대부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안 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鬪爭)하겠다"며 한국에 남았다. 지금이라도 북한으로 가기를 원하는 비전향장기수가 있다면 모두 보내 주는 것이 옳다. 현재 정부는 안 씨를 포함해 비전향장기수 문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는 이들의 북송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장기수 6명이 정부에 북송을 요청했고, 통일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북한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설령 우리 정부가 이들을 보내더라도 북한의 호응(呼應)이 없으면 일방적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면 남한에서 건강하게 살다가 돌아온 장기수들이 북한 정권에는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북한은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그것이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데 부합하고, 남북 간 분단 상처 치유와 신뢰를 쌓아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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