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화주권사수] 유동성 장악 '테더', 제도권 신뢰 '서클'…달러 패권의 양 날개

히스 타버트 "서클은 동일한 가치의 달러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이 21일 서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강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이 21일 서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강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주도권은 명확히 테더(USDT)와 서클(USDC)이라는 두 회사로 수렴됐다. 2014년 등장한 테더는 10년 넘게 시장의 선두를 지키며 시가총액 1천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거래 페어이자, 디파이(DeFi) 시장의 기초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본 단위 화폐'로 자리 잡았다. 신흥국에선 달러 현금을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테더가 사실상의 달러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 미얀마,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에서는 테더가 일상적 결제·저축 수단으로 쓰일 정도다.

그러나 테더의 담보 구조는 늘 논란거리다. 발행한 스테이블코인만큼의 달러 준비금이 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국채·현금 외에 상업어음이나 기타 금융상품 비중이 상당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글로벌 은행들이 '위기 시 대규모 환매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규제기관의 조사도 이어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흥국 이용자들은 테더의 '편재성'을 더 신뢰한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닿지 않는 시장에서 테더는 유연하고 빠른 송금·결제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클의 USDC는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무기로 삼았다. 히스 타버트 서클 총괄사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서클은 얼마나 안전하고, 보안이 철저하며,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서클은 전세계 최초로 발행한 USDC마다 동일한 가치의 달러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담보자산을 100% 쌓아둬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한 형태의 화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클의 담보 자산은 100% 달러 현금과 미국 국채에 한정했고, 글로벌 회계법인을 통한 정기 감사를 통해 신뢰를 확보했다. 미국 주요 은행 시스템과 직접 연결돼 있으며, JP모건·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금융기관도 서클의 파트너다.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서클을 달러 디지털 확장의 '제도권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으며, USDC는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마스터카드와도 협력해 실제 상거래망으로 뻗어가고 있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두 코인을 모두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테더는 불투명성을 안고 있지만 글로벌 거래량과 유동성을 장악하며 달러의 '실물 확산판' 역할을 하고, 서클은 제도권 신뢰를 바탕으로 달러의 '공식 확장판'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두 코인이 합쳐진 구조는 미국 달러 패권의 민간 디지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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