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그린란드서 여론 조작·간섭 공작' 보도에 덴마크 정부 발끈

덴마크 공영방송 DR 의혹 보도
"反덴마크 정보 수집·주민 접촉"
美대사대리 초치 등 강력 항의
덴마크, 그린란드 끌어안기 속도
1960∼70년대 女강제피임 사과

지난 3월 15일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 앞에서
지난 3월 15일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 앞에서 '우리는 사고 파는 대상이 아니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인들이 그린란드에서 '여론 조작·간섭 공작(Influence Operation)'을 펼쳤다는 덴마크 공영방송의 의혹 보도에 덴마크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보도 직후 덴마크 정부는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야욕을 공공연히 밝혀온 데다 공작에 관여한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연줄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여론 조작 의혹에 맞서 덴마크 정부도 과거 그린란드 여성들에게 강제피임 도구를 주입한 것에 사과하는 등 그린란드 끌어안기에 나섰다.

◆미국의 '여론 조작·간섭 공작'

덴마크 공영방송 DR은 2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된 최소 3명의 미국인이 그린란드에서 비밀리에 '여론 조작·간섭 공작'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DR은 공작에 나선 미국인들이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를 지지하는 주민 명단을 작성하려 했으며 이 명단을 통해 분리주의 운동에 참여시킬 계획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공작에 관여한 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인지, 지시를 받아 한 것인지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고 DR은 밝혔다.

보도 이후 덴마크 정부는 마크 스트로 미 대사대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하는 등 '외교적 옐로카드'를 들어 보였다. 지난 5월에도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정보당국에 그린란드와 덴마크 내에서 미국의 목표를 지지하는 인물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동맹을 상대로 스파이 행위는 안 된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관계자는 "그런 공작이 있었는지 사실을 확인하진 않았지만 덴마크 정부가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마크 스트로 대리대사가 덴마크 외교부와 만나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그린란드, 덴마크, 미국 간의 강한 유대가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9일 시위대가 덴마크 코펜하겐 미국 대사관 앞에서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대한 미국의 압력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 3월 29일 시위대가 덴마크 코펜하겐 미국 대사관 앞에서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대한 미국의 압력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그린란드 끌어안기 나선 덴마크

인구 5만7천 명 정도의 그린란드는 광물,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약 300년간 덴마크의 지배를 받다 1953년 식민 통치 관계에서 벗어나며 덴마크 일부로 편입됐다. 1979년부터 광범위한 자치권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의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덴마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오랜 기간 미국을 가까운 동맹국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통제하려는 야욕을 보이자 그린란드 끌어안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27일 1960~70년대 그린란드 여성들을 상대로 이뤄진 강제피임 조치 등 차별적 보건 정책에 대해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순 없지만 책임은 질 수 있다. 덴마크를 대표해 사과하려는 이유다. 사죄한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지난해 143명의 피해 여성들이 동의 없는 자궁 내 피임장치(IUD) 삽입 시술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4천300만 덴마크크로네(우리 돈 약 9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DR은 덴마크 정부가 산아 제한을 명분으로 그린란드 가임 여성 절반에 해당하는 4천500명에게 IUD 시술을 강제 시행했다고 2022년 보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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