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연 얻은 독립이고, 도둑처럼 온 광복인가

정인열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정인열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1일 대한제국 군대 해산(1907년), 10일 조선일보·동아일보 강제폐간(1940년), 11일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충청도지부장 김한종 대구형무소 사형(1921년), 13일 일장기 말소(1936년), 15일 광복(1945년), 22일 한일 강제병합조약 불법 체결(1910년), 25일 대구 달성공원 비밀결사 대한광복회 결성(1915년), 29일 경술국치(1910년).'

지난 8월은 날씨만큼이나 우리 피를 펄펄(팔팔) 끓게 만드는 날이 유독 많았다. 대한제국이 끝나갈 무렵부터 8월에 일어난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사연을 가진 대표적인 날을 살펴보니 대략 이러하다. 8월의 달력에는 비록 연도는 다르지만 우리 근대사를 압축하는 일들이 고스란히 몰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8월은 '빛을 잃은' 경술국치(29일)와 그 '빛을 되찾은' 광복(15일)이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날을 기려야 하는 달이다.

통치권을 일제에 통째로 빼앗겼지만, 임진왜란 때 왜적이 예상도 못한 의병이 들불처럼 일어나 7년을 버텨 조선을 지켰듯이 독립운동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덕분에 잃은 빛은 꼭 34년 11개월 17일만에 '되찾았다'. 이는 3천만 한국인 가운데 재산, 가족, 목숨조차 버리고 독립과 광복을 위해 투쟁한 독립운동가와 그들을 도운 분들 덕분이다. 한국인이면 다 안다. 한국을 이해하는 외국인조차 인정하는 '사실'의 독립운동사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이런 '사실'을 달리 '해석'하는 이도 있다. 광복과 독립이 마치 '저절로' 온 것처럼 생각했는지 '도둑처럼 왔다'라고 하는 이도 있다. '선물이었다'라고 하는 사람도 보인다. 언론에 나오는 몇몇 기고자의 글을 보면 이런 표현을 만날 수 있다. 2025년 8월의 신문과 옛 인터넷에서 필자가 읽은 그런 종류의 글은 이렇다.

"광복절은 흔히 나라의 주권을 되찾은 날로 기억된다. 그러나 1945년 8월 15일은 우리가 스스로 쟁취했다기보다 일본의 패전으로 '주어진' 해방이기도 하다."(8월 16일) "독립군 투쟁은 가열했지만 해방과 독립을 가져오지 못했다. 해방의 기회를 준 것은 일제를 항복시킨 미국이었다."(8월 19일) "광복이 '연합국의 선물'임은 김구부터 인정했다. … 좌우 공히 광복은 '연합국의 선물'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독립투쟁을 폄하되는 게 아니다. "(8월 25일)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누구도 준비하지 못했다."(2023년 8월 11일)

성경에는 '주님의 날은 도둑처럼 올 것이다.',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잘 들어라. 내가 도둑같이 오겠다.'라는 등의 표현이 보인다. 필자는 성경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이는 '미리 준비하면' 불행에 대비할 수 있고, 나쁜 일을 피할 수도 있고, 좋은 결과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방적인 뜻을 포함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광복과 독립은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성경의 표현처럼 투쟁과 피땀 흘려 '미리 준비한' 덕분에 되찾은 것이지, 도둑처럼 오지 않았다. 자신의 피나는 노력으로 일군 성과가 '도둑처럼 왔다.'고 하거나 '선물로 얻은 것'이라면 어떨까. 우리의 자랑스런 독립 투쟁역사를 폄훼하고 낮추지 말자. 우리조차 내리는데 누가 우릴 높여주나.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정인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