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주 조지아주(州)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475명을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 구금했다. 이 중 한국인이 300여 명이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소지한 비자가 비즈니스 회의, 시장 조사, 계약 목적으로 받는 '단기 상용(B1)' 비자와 최대 90일 단기 체류 때 비자를 면제해 주는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비자 모두 급여를 받는 '육체노동'이 금지(禁止)돼 있다.
미국 현지 사무실 또는 공장에서 일하려면 전문직 취업(H-1B)·비농업 단기 근로자(H-2B) 비자나 주재원 비자(L-1) 등이 필요하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나라(캐나다·멕시코·싱가포르·칠레·호주 등)에 대해 국가별로 일정한 숫자를 정해 연간 H-1B 비자 발급 쿼터를 할당(割當)하고 있다. 그러나 FTA를 체결했음에도 한국에는 쿼터가 없다. 우리 기업들이 비자 쿼터 개설을 요구했고, 2013년부터 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미국 의회 통과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B-1이나 ESTA를 이용해 인력을 파견할 수밖에 없었다. 조 바이든 정부 때는 우리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고려해 이런 관행을 어느 정도 묵인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불법 취업을 단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3천500억+1천500억달러?)를 약속했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만큼 미국은 즉각 관세 인하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 전문직 비자 쿼터를 개설해 우리 기업들이 전문 기술 인력을 미국에 더 쉽게 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기술 인력 취업비자 확대 조치는커녕 우리 근로자 수백 명을 불법체류자로 체포했다. 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한-미 투자 협상에 대한 양국 정부의 설명도, 언론 보도도 다르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정부는 국민에게 분명하게 설명해야 하고,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하면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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