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 전인 지난 5월 15일,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을 맡게 된 서울고법 형사 7부(재판장 이재권)는 "대통령 후보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며 "공판을 대선 후인 6월 1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된 다음인 6월 9일 이 재판부는 '헌법 84조에 따라 공판기일을 (또) 변경하는데 기일은 추후에 지정한다'고 했으나, 기일을 정할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길을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검사 사칭 위증교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공판을 맡은 다른 4개 재판부가 따랐다. 하나같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내밀고. 때문에 바로 헌법소원이 있었는데 헌재는 '헌법의 개별 조항은 위헌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를 했다. 잘라버림으써 위헌 여부를 판단할 의무를 없애 버린 것이다.
삼척동자도 '소추를 받지 않는 것'과 '재판을 받지 않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6법전서를 달달 외며 대립이 생기면 아는 척 결론을 내주는 법관들이 '같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 헌법엔 소추와 재판은 같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같다고 하는 것은 이들이 '해석개헌'을 했다는 뜻이 된다.
우리가 국가원수를 대통령, 입법부의 대표를 국회의장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나열된 기관과 기관장은 개헌을 통해서만 이름을 바꿔야 한다. 헌법 89조에는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검찰총장은 헌법 기관장'이란 의미가 된다. 그런데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총장은 헌법 기관장이 아니다'란 해석개헌을 하고 검찰청을 공소청,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바꾸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내란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민주당 뜻대로 판결할 것 같지 않자 내란특판(내란사건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위헌이란 지적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뭐가 위헌이냐?"며 반발하는 발언을 했다.
분명한 것은 지금 헌법엔 특판을 만들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란 101조를 통해 모든 사법권은 법원이 갖는다고 해놓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정부 수립 후 악질 친일파를 처단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재판부(반민특위 재판부)'와 4·19 뒤에 3·15부정선거 사범을 처벌한 '특별재판소'를 둔 적이 있다며 내란특판 설치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정부 수립 직후 반민특위 재판부를 둔 것은 그때의 헌법 제101조가 '단기 4278(서기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우리는 많은 것이 불비(不備)했다. 미군정청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아 정부(행정부)가 출범한 것은 8월 15일이었지만, 법원은 9월 13일에야 구성됐다. 검찰은 더 늦어 1949년 12월 20일 만들어졌다. 때문에 기소할 기관이 없어 국회의 반민특위가 기소하면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특별재판부가 재판을 했다.
4·19 후에는 그래도 나라 꼴이 잡혔기에, 헌법 부칙에 '단기 4293(1960)년 3월 15일에 실시된 대통령-부통령선거에 관련하여 부정행위를 한 자 등을 (중략)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와 '(이를 처리하기 위한)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었다. 지금 헌법엔 이런 조항이 없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까지 나서 '특판 설치가 왜 위헌이냐'고 하는 것은 해석개헌의 기류가 지나치다는 뜻이 된다.
해석개헌을 거듭해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얻으려는 것은 바벨탑을 쌓는 노력일 수 있다. 대한민국은 1인당 GDP가 4만 달러에 육박하는 선진국이라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12·3 계엄 때 헌정 질서를 파괴하지 말라고 했던 민주당이 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작금의 '권력 유희'도 허망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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