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말은 몇 년 새 지겨울 정도로 당연한 소리가 됐다. 오히려 저출생에 고령화로 청년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에서 청년들의 범죄 비중이 유독 높은 마약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최근 대구경찰청은 해외에서 국제택배를 통해 들여온 마약류 70여㎏을 텔레그램 채널 3곳을 통해 유통하면서 60억원의 수익을 올린 조직을 검거했다. 단순 구매자나 운반책뿐 아니라 조직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총책까지 모두 잡아들이면서 큰 성과를 거뒀다.
이 사건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는 경찰과 기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조직의 범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구매자들이 마약을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는 기자단 요청에 경찰이 모방 우려가 높다며 연신 난색을 표해서다.
결국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경찰 시연은 놀라웠다. 누구나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마약을 판매하는 텔레그램 채널로 접속할 수 있었다. 특히 인터넷 활용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사는 것만큼이나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구조였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는 505명의 마약사범이 경찰에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 특히 10대와 20대 마약사범이 각각 16명, 142명을 차지해 전체의 31.3%를 차지했다. 이 중에는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손에 넣은 구매자도 적잖았다.
문제는 마약 입수가 쉬워진 것과 동시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마약의 양도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강원도 강릉 옥계항에서 무려 1천690㎏의 코카인이 적발되는가 하면 김해공항에서는 필로폰 30㎏이 적발되기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은 2천736㎏으로 1조원어치를 훌쩍 넘겼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들은 그동안 다른 항구도시들에 비해 비교적 마약 문제가 덜 심각했던 대구도 더는 내륙도시의 이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고속도로와 철도 교통의 허브 역할을 하는 대구는 해외 마약이 주로 들어오는 동남아시아 국가 직항 노선이 있는 공항까지 있어 마약 유통에 유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관세청 대구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공항을 통해 들어오다 마약류가 검거된 사례는 63건으로 양이 38.9㎏에 달한다고 했다. 2023년 12건, 6.5㎏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기존 인천공항이나 주요 항구를 통해 마약을 들여오던 마약 조직의 밀수 루트가 대구를 비롯한 지역에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경찰이 마약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 조직의 수법은 수사 역량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유통 경로가 텔레그램과 같은 온라인을 비롯해 외국인 커뮤니티, 유흥업소 등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마약이 들어오는 루트도 주요 항구나 인천공항 외에 지방 공항 등 다양해지는 추세다. 그렇다 보니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외국 마약 조직이 한국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정부는 온라인이나 해외 직구를 통한 마약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모니터링과 함께 주요 공항과 항구의 검색을 강화해 마약 공급을 억제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 외에도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 예방 교육과 마약 중독자 재활 프로그램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가뜩이나 늙어 가는 대한민국에서 마약이 청년들을 병들게 하면 나라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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