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는 1월부터 숱한 기념 행사가 열렸고 12월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일제는 1876년 2월 27(음력 2월 3일) 강화도조약 강제체결 이후부터 34년 6개월 준비 끝에 1910년 8월 29일 강제병합(경술국치)으로 34년 11개월 우리를 괴롭혔다. 독립투쟁 덕분에 1945년 8월 15일 광복했으니 그동안 핍박과 탄압의 일들이 얼마나 많이 쌓였겠는가. 마침내 광복이 되고 80년을 보냈으니 어찌 기념하고 되새길 것이 없겠는가. 2025년 365일조차 모자랄 것은 자명하다.
대구는 옛 조선 경상도 중심이었다. 일제 때는 숱한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를 배출했다. 그런 대구였으니 광복 80주년 행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가보훈부에서 1월과 7월 대구에서 대대적인 정부 행사로 국채보상운동과 대한광복회 조직 결성을 기념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널리 알린 것 또한 그런 맥락이었다. 이들 두 정부 행사 외에도 여기저기서 8월 15일 광복절을 정점으로 하여 대구 출신이나 대구 연고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를 추념, 기념하는 일들이 잇따랐고 연말까지도 그럴 것이다.
이런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구에서는 또다른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8월 28일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열린, 이름도 색다른 '더큰 대구, 새롭게 시작하는 대구역사'라는 행사였다. '대구형 시사편찬 방향 수립 공동학술회의'라는 부제가 붙은 이날 학술행사는 1995년 『대구시사』 발간 이후 무려 30년이나 중단됐던 대구의 역사, 즉 시사(市史)를 편찬하기 위한 공론장의 하나로 마련됐다. '더큰 대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언제 쓸지 등에 대해 8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발표, 토론하는 자리였다.
옛날, 출판의 도시 또는 기록의 도시, 학문의 도시, 교육의 도시 등으로 이름을 떨친 대구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30년만에 『대구시사』 편찬을 위해 대구시, 대구사학회가 머리를 맞댔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변화를 제때, 제대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시사 편찬 조직을 갖추고 예산을 편성한 서울시나 부산시가 부럽고, 30년 동안 시사 편찬을 멈추고, 간헐적인 노력에도 시사 편찬을 위한 상시 조직 구축, 예산 마련이 어려웠던 대구시의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이 크지만 말이다.
특히 이번 학술행사에서는 다양한 주문이 쏟아졌다. 대구를 이상적 보수도시가 아니라 왜곡된 보수도시로 잘못 인식하는 외부 편견과 시각을 바로 잡도록 시사 주제를 다양하게 할 것을 바라는 주문도 있었다. 또한 0%나 다름 없는 시사 편찬 관련 예산 문제 지적과 공공역사 측면에서의 접근 등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쏟아진 주문, 제안, 지적, 조언을 참고하면 뒤늦게 시사 편찬의 불씨를 살리려 부족하나마 '돈' 마련에 나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담당 부서 공직자들의 발품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시장이 없는 대구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어느 곳보다 힘든 상황이다. 또한 경제적으로나 인구로는 이제 옛날 명성을 되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대구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역사자산은 어느 곳보다 풍부하고 다양하다. 특히 근현대의 대구 역사, 배출 인물은 다른 도시가 부러워할 만큼 풍성하다. 비록 지난 30년 동안 시사 편찬 중단에 따른 공백은 크지만 이번 학술행사를 계기로 시작될 시사 편찬을 바탕으로 대구의 역사 자산을 갖고 부흥할 무엇인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군위군 편입으로 물리적으로나 정신사적으로 '더큰' 대구가 되길 바란다. 또 외부의 부정적 시각과 편견의 과거를 딛고 '새롭게 시작하는 대구역사'가 펼쳐지길 빈다. 이를 위한 시사 편찬에 나설 대구 담당 공직자, 시사를 쓸 전문가의 집단 지혜를 기대한다. 성공적 시사 편찬이 되도록 대구시민의 '더큰' 관심, 응원, 격려도 있어야겠다.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정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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