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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구금 임신부 "발작하는 여성 방치...너무 놀라 아기 잘못됐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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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와 관련해, 구금 피해자 중 한 명인 임신부가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했다.

16일 MBC에 따르면 엔지니어로 일하다 구금된 임신부 김 모 씨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컴퓨터 작업 중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배터리 장비 설치를 위해 B1 비자를 정식으로 발급받아 입국했으며, 업무를 마친 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민당국에 체포돼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그는 "영문도 모르고 그냥 '가서 얘기를 하면 된다'고 했다. 두 번이나 수갑이 채워진 여성분도 계셨다"고 전했다.

김 씨는 비자가 유효함을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 유효 기간도 있고 그렇게 어필을(호소) 했는데 들은 척도 안 하더라"라며 "어떻게 되는 건가 (걱정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수감된 공간은 30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수용실로, 변기 네 개와 세면대 세 개만 비치된 채 위생 상태가 심각하게 열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화장실을 되게 힘들어 했다. 변기가 너무 개방된 곳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발작을 일으킨 여성을 방치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배 속 아이의 건강에도 위협을 느꼈다고 전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선 구금 당시 구금자 중 1명이 천식 발작을 일으켰지만 30차례 이상 흡입기를 요청해도 제공받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그는 "정말 사람을 죽이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 공포스러웠다"라며 "너무 놀라서 그런 건지 입덧을 안 하니까 아기가 잘못됐나 (싶었다)"고 했다. 식사로 제공된 빵에는 냄새가 나는 등 음식도 열악했다.

귀국 후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심리적 충격은 여전했다. 그는 "매일매일 그때 꿈을 꾼다. 자다가 깼는데 거기 교도소인 줄 알았다"며 "너무너무 소송하고 싶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 이민당국이 유사한 사건에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에 나선 전례도 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테네시주의 한 공장에 무장 이민단속반이 들이닥쳐 97명의 남미계 근로자가 무더기로 체포됐다. 이들은 체류 여부에 대한 확인도 없이 곧장 구금시설로 이송됐고, 이후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공장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근거로 직원들을 무차별 연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미국 이민당국은 3년 간의 법정 공방 끝에 117만 달러(약 16억 2천만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단속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최대 14시간 구금됐던 점도 부적절한 조치로 인정됐다.

이번 조지아주 구금 사태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정식 구금시설 입소 전 '홀딩룸'으로 불리는 대기 공간에 사흘 이상 갇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다. 이 공간은 미국 내 이민 수용 기준상 최대 1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되는 장소지만, 이 기준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의 접견, 변호사 접근 등의 기본적인 권리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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