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최혁재]건설현장 사망사고 예방, 추락사고부터 시작하자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최혁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본부 건설안전부장

최혁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본부 건설안전부장
최혁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본부 건설안전부장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 사망자가 매년 8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건설현장 대형 화재사고와 교량 공사 중 붕괴사고가 이어지면서 대형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산업현장 사망사고 근절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재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전체 사망사고의 약 4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건설현장은 고소작업 및 각종 위험장비의 사용이 많고 다수의 인력이 투입되는 산업인 만큼 사망사고가 많은 게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의 발생형태를 분석해 보면 지속적으로 반복돼 예측 가능한 사고들이 대다수다.

가장 대표적인 사고유형은 '추락사고'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추락으로 목숨을 잃었다.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지켜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들이 대부분이다.

대구경북지역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역 내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도 올해 추락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 사고 유형은 태양광 설비 설치 또는 노후 지붕 보수를 위해 지붕에서 작업 중 채광창을 밟아 추락하는 등 '지붕에서 발생하는 추락사고'와 공장과 같은 철골구조 공사 중 '철골 부재 상부에서 발생하는 추락사고'가 대부분이다.

노후한 채광창은 작업자가 밟았을 때 쉽게 파손돼 추락재해로 이어지기 쉽다. 해당 부위에 견고한 구조의 덮개를 덮거나 하부에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식으로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안전대 부착설비 설치 및 안전대 착용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철골구조공사는 작업 특성상 발판을 설치하기 어려워 폭이 좁은 H빔 상부에서 작업이 진행된다. 이때 작업자가 균형을 잃고 추락하는 것에 대비해 철골 하부에 추락방호망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그간 발생한 사고들을 보면 현장에 추락방호망 및 안전대 부착설비가 없었거나, 안전대 착용 등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피해를 키운 사례가 적잖다.

또한 건설현장 추락사고는 3미터 이하의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동식 사다리 작업이 대표적인데,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높이에서 균형을 잃고 추락해 그대로 사망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추락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단순하고 그 대책도 명확하다. 같은 원인으로 같은 사고가 매번 반복되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건설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기업도 손실을 입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방심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을 것인가.

우리를 힘들게 했던 폭염이 지나가고 있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건설현장에서 더 활발한 작업이 진행된다. 그래서 매년 9~11월은 추락사고가 증가세를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 기간 중 지역 산업안전 전문가를 안전지킴이로 위촉해 지붕 개보수, 철골 조립 등 추락사고 취약 건설현장에 대한 불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제 '우리 현장은 괜찮겠지', '지금까지 별일 없었는데'라는 안일한 생각은 접어두고 우리 현장에 추락 위험이 없는지, 필요한 조치는 모두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이 하루 일을 무사히 마치고 웃으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산업현장에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잊지 말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