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전남 영암에 있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영암 국제자동차경)에 가까워지자, 자동차 굉음이 귓가를 때린다. 순간 최근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F1 더 무비'의 여운이 밀려오면서 4시간 운전의 고단함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20, 21일 이틀간 이곳에서는 자동차경주대회인 '전남GT'가 열렸다. 2017년부터 매년 열리는 대회에서는 국내 레이싱 최상위 클래스인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를 비롯해 모두 6개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경주 외에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려 이틀 내내 자동차 레이싱 팬들 뿐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눈·귀로 만끽하는 '레이싱 스릴'

20일 오후 3시 시작된 '전남 내구' 레이스. 전남GT의 대표 종목으로 2시간여간 쉬지 않고 레이스를 하는 것이 특징. 속도 만큼이나 장시간 운행에도 버틸 수 있는 차량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차량을 수리하거나 타이어를 교체할 수 있는 피트인은 두차례만 가능하다.
열을 맞춘 수십 대의 차량이 일제히 굉음을 쏟아내며 스타트를 끊었다. 특히 르망타입의 프로토타입 차량은 마치 고막을 찢는 듯한 요란한 소음을 내며 속도를 냈다. 5.615㎞의 트랙을 끊임없는 도는 과정에서 차량이 관람석과 가까워질수록 굉음이 울렸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200여㎞를 훌쩍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레이싱 차량들이 눈 앞을 손살같이 지나가자, 자연스레 도파민이 올라왔다.
관람석 맞은편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는 차량들의 주행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해설을 들으면서 전체적인 경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주가 거듭되면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도 늘어난다. 경주 도중 차량이 갑자기 멈춰서자, 지게차가 급하게 해당 차량을 빼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에 추돌할 뻔한 상황도 벌어지는가 하면 급브레이크에 의해 하얀 연기를 뿜어대기도 한다. 차량 두 대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아슬아슬한 곡예전을 전개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냈다. 영화 'F1 더 무비'의 주행 장면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졌다.
경주 중 피트인과 피트아웃도 볼거리다. 타이어 교체, 급유 등을 하기 위한 피트에 레이싱 차량이 진입하자 대기하던 크루들의 움직임이 정신없이 빨라진다. 경주 도중 피트인을 언제 하고 어떤 것을 교체하며 어떤 선수 앞에서 피트아웃을 하는 지 등의 전략도 순위경쟁에서 중요한 요소. 그 만큼 선수들이나 팀들의 머리싸움도 치열하다.

다음날인 21일 열린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결승전은 좀 더 박진감이 넘쳤다. 서로 다른 차종이 뒤섞인 전남GT와 달리 동일한 종류의 차량이 스피드 경쟁을 하면서 관람객 입장에서 좀 더 직관적으로 레이스를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차량이 추격전을 펼치며 추월을 두고 자리경쟁을 하거나 엎치락 뒤치락하는 장면은 스릴을 극대화시켰다.
코너에서 어렵사리 추월에 성공하면 어김없이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맛깔스런 해설과 함께 레이싱 차량들의 경주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1시간 20분의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차량 앞에서 '찰칵'…선수들 사인도
그리드워크 및 피크워크는 대회의 또 다른 즐길거리다. 특히 가족 단위의 방문객에게 인기몰이를 했다.


20일 열린 '그리드워크'. 축하공연이 열리는 무대 뒤편으로 경주에 참여하는 60여 대의 차량 및 오토바이가 일제히 도열해 일반 관람객들을 맞았다. 알록달록한 차량 외부는 물론, 일반 차량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부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시간. 마치 게임 조작기를 연상시키는 핸들과 튜브와 각양각색의 전선이 뒤섞인 내부는 색다른 재미를 줬다.
21일 '피트워크'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자동차경주장의 '비밀의 공간'인 피트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레이싱 차량을 나란히 세워놓고 일반인과 선수들, 레이싱 모델들이 함께 하는 소규모 축제로 진행됐다. 특히 레이싱 차량 앞에서 이런 자녀를 모델로 사진을 찍으려는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또한 선수들의 사인회가 진행된는가 하면 평소 접하기 힘든 레이싱 차량에 탑승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전남 광주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김주원(39) 씨는 "아이가 평소 자동차를 좋아해 한 번 데리고 왔는데, 경주를 본 나 또한 매료됐다"며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내년 대회에도 다시 찾아오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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