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팬이라면 '2024년 12월 1일'을 생생하게 기억할 터이다. 그날 대구는 K리그2 충남아산FC와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치렀다. PO 1차전에서 3대 4의 충격패를 당한 대구에겐 '강등'이라는 벼랑 끝에 몰린 경기였다. 다행히 연장 접전 끝에 3대 1로 이기며 천신만고로 K리그1 잔류를 이뤄냈다. 당시 대부분의 팬은 '내년 시즌은 이보다 나쁠 순 없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기자 역시 그랬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에서는 그때의 안도감이 오히려 오만함으로 느껴질 정도다. 시즌 내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다이렉트 강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망가진 대구FC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귀결된다. 지난달 초 출범한 '대구FC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팬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돌이켜 보면 대구FC 구단은 '골든 타임'을 여러 차례 놓쳤다. 지난해 시즌부터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하나둘 드러났다. 이전부터 곪아 가던 부분들이 표출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시즌 중 감독이 바뀌었고 강등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지만, 구단이나 선수단에서는 딱히 변화하고 혁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수년 전부터 '특급 용병' 세징야에 속칭 '몰빵'하는 선수단 구조와 주먹구구식의 잦은 감독 교체, 폐쇄적인 구단 운영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기자 또한 지난해 승강 PO 직후 대구FC 혁신을 위한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결국 이는 양질의 선수나 명성과 능력을 갖춘 감독 영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체계적인 팀 운영을 등한시하는 등의 폐단으로 이어졌고, 그런 폐단이 켜켜이 쌓여 현재 '압도적인 꼴찌'라는 결과물로 표출됐다고 여겨진다.
대구FC는 시민구단임에도 2017년 1부 리그(현 K리그1)로 승격 후 9년간 K리그1 잔류를 이뤄낸 저력을 보여줬다. 이는 2013년부터 13년간 대구FC를 이끈 조광래 사장의 힘이자 공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진 '잔류의 달콤함'이 조 사장을 비롯한 구단 결정권자들의 '안일함'을 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든 세징야가 해줄 거라는 맹신, 선수 결원 보충에 급급한 소극적인 영입, 감독의 중요성 간과 등은 이런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2024 시즌 K리그1 구단 연봉 지출 현황에 따르면 대구FC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7천800여만원으로, K리그1의 평균 연봉(3억400여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세징야(17억3천만원)를 포함해 몇몇 특정 선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은 극히 열악한 수준이다.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최근 성적 부진이 이런 지극히 보수적인 투자 행태가 주요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혁신위는 시즌 종료 전까지 구체적인 방안 도출을 목표로 지난달 11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위주의 구성이나 회차별 회의 내용 공개 등 팬들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하면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혁신위가 대구FC를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분석하는가'와 '대구시와 구단이 도출된 방안을 얼마나 실행에 옮기는가'이다. 특히 후자를 충족하기 위해선 대구시·구단의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위는 변죽만 울린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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