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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직 다음날 체포된 이진숙…수갑 들며 "李가 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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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체포했다. 이 전 위원장은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새로 출범하면서 자동 면직 처리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자택에서 집행했다. 이 전 위원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이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좌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다수의 독재로 가게 되면 민주주의가 아닌 최악의 정치형태"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게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거나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이 전 위원장이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고,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졌다.

당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 표현의 자유에 직결되는 핵심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정치 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공적 권한을 사유화했다"며 "4월 30일 이 위원장을 국가공무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영등포서에 고발했지만, 수사 당국은 어찌된 영문인지 '봐주기 수사'를 한다. 수사 당국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이 위원장의 위법 행위를 엄단에 처하라"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수갑이 채워진 채 영등포경찰서에 도착했다. 수갑은 천에 가려져 있었고, 수사관 2명이 이 전 위원장을 연행했다.

그는 경찰서에 들어서기에 앞서 취재진에 "방통위라는 기관 하나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이 이진숙한테 수갑을 채우는 것이냐"고 말했다. 5분간 격앙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가며 수갑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정청래가 시켰습니까?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습니까?"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제가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과 배치돼 (방통위를) 없앤다고 사퇴하라고 했다. 그건 대통령이 시키는 말을 듣지 않아 저를 자르고 기관까지 없앤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영등포경찰서에서 저한테 출석 요구서를 세 차례 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회) 필리버스터가 예정돼 있었고 마땅히 기관장으로서 참석해야 했다. 국회 출석하느라고 경찰에 출석 못 했다, 그래서 이렇게 수갑을 채우겠다 그러면 선출권력보다 개딸권력이 더 센 것이냐"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는 "자기방어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을 앞두고 경찰, 검찰, 특검 등 권력의 하수인들이 무언가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결국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체포했다"고 했다. 이어 "물가를 잡으라고 했더니 물가는 안 잡고 이미 법을 만들어서 내쫓아낸 이 전 위원장을 잡겠다고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승찬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여러 유튜브에 출연해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 망언을 일삼은 데 따른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달라"며 "민주당은 방송의 독립과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불법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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