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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속으로] 쿠바 출신 작가 미첼 페레즈 폴로의 한국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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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까지 윤선갤러리

윤선갤러리 전시 전경. 윤선갤러리 제공
윤선갤러리 전시 전경. 윤선갤러리 제공
윤선갤러리 전시 전경. 윤선갤러리 제공
윤선갤러리 전시 전경. 윤선갤러리 제공
미첼 페레즈 폴로(Michel Pérez Pollo) 작가. 윤선갤러리 제공
미첼 페레즈 폴로(Michel Pérez Pollo) 작가. 윤선갤러리 제공

쿠바 출신의 작가 미첼 페레즈 폴로(Michel Pérez Pollo)의 한국 첫 개인전 '나무와 말: Trees and Words'이 수성못 인근 윤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두 개의 시리즈 작품을 선보인다. '어느 가을'은 그가 쿠바 아바나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주한 뒤 처음으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그린 시리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건기와 우기뿐인 쿠바를 떠나 유럽에서 처음으로 가을을 느꼈다"며 "특히 단풍이 드는 가을의 나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리즈는 쿠바의 전통 노래 '롱기나(Longina)' 속 가사를 소재로 했다. 어린 시절 그 노래를 자주 듣던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가사 속 단어를 회화적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작품 속 색채 역시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담고 있다. 마을의 느낌이나 바다의 조개, 모래, 햇빛, 산호초 등에서 색을 가져와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독특한 점은 단어의 형태를 이미지화한 부분이다. 언뜻 보면 나무로 보이는 작품 속 이미지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Un otoño', 'Algo', 'Con' 등의 스페인어의 형상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이진명 미술비평가는 "우리의 세계 인식이 언어(문자)에 지배 받는다는 사실을 시적으로 은밀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며 "따라서 폴로의 회화는 단순히 사물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사물이 어떻게 세계에서 인식되는가를 그린 형이상학적 회화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작가 역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항상 생각한 것은, 관람객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길 원했다"며 "현상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할 때는 각자의 경험 등을 통해 재해석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관람객들이 각자의 색깔로 작품을 인식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명이나 소리 등 세세한 요소를 통해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공연처럼, 작품도 무대를 형성하듯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Michel Pérez Pollo, Un otoño(어느 가을) XIII, 2023. 400x200cm. oil on linen. 윤선갤러리 제공
Michel Pérez Pollo, Un otoño(어느 가을) XIII, 2023. 400x200cm. oil on linen. 윤선갤러리 제공
Michel Pérez Pollo, Algo(어떤 것, 무엇인가), 2025, 200x100cm, Oil on linen. 윤선갤러리 제공
Michel Pérez Pollo, Algo(어떤 것, 무엇인가), 2025, 200x100cm, Oil on linen. 윤선갤러리 제공
Michel Pérez Pollo, Con(~과 함께), 2025, 70x70cm, oil on linen. 윤선갤러리 제공
Michel Pérez Pollo, Con(~과 함께), 2025, 70x70cm, oil on linen. 윤선갤러리 제공

특히 그는 한국의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나의 내면이나 주변 현상을 고요하게 살펴보는 명상이나 관조는,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제 작업과 굉장히 닮아있습니다. 또한 풍경을 묘사할 때 마치 처음 보는 듯한 놀라움과 새로움을 담아 표현하는 동양의 시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한국인들이 엄청난 감정과 현상들을 적은 단어로 함축해 표현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영감의 원천인 장소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보다, 관람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얘기할 지가 더 궁금하다며 설레는 마음을 나타냈다.

한편 1981년 쿠바 만자니요에서 태어난 작가는 홀긴 국립과학원과 쿠바 고등과학원(ISA)을 졸업했다. 그의 작품은 페레즈 아트 뮤지엄 마이애미 등이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일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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