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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삼성전자 주가 9만원에도 유배당계약자 '외면'…핵심은 '일탈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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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의원실 삼성생명 자료 분석, '과거 손실' 방패로 배당 책임 회피 논리 확인

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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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식을 약 8.5% 보유 중인 삼성생명이 삼전의 주가 상승으로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과거 고금리 시절 발생한 손실을 이유로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에게 이익 배당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제출받은 '보험업법 개정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배당 불가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것은 '유배당결손'이다.

이는 과거 연 7%가 넘는 고금리를 약속하고 판매한 유배당 보험상품의 자산운용수익률이 약정 이율에 미치지 못해 쌓인 누적 손실을 뜻한다.

삼성생명은 자료에서 삼성전자 주식 일부(약 990만주)를 매각해 2천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유배당결손을 먼저 메워야 하므로 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없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김현정 의원실은 이러한 논리가 '고무줄 잣대'라고 비판했다. 정작 삼성생명은 보험업법 개정으로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30조원 전체를 매각하는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유배당결손에 대한 언급 없이 '계약자배당 8조원'을 비용으로 산정했기 때문이다.

김현정 의원은 "소규모 이익 앞에서는 1조2천억원의 손실을 방패로 내세우고,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자 손실은 쏙 뺀 채 8조원 배당을 인정했다"며 "이는 유배당결손을 회계적 실체라기보다 계약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논리로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생명의 배당 불가 주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5만9천800원(2025년 6월 말 기준)일 때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그러나 10월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9만원을 돌파하며 50% 이상 올랐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삼성생명의 논리를 궁색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당장 보고서에서 예로 든 시나리오만 현재 주가로 재계산해도 매각 차익은 9천억원으로 불어나고, 계약자 몫으로 추정되는 이익도 3천억원 수준으로 증가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전체 미실현 이익을 고려하면, 과거 손실을 이유로 자본 이득에 대한 계약자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정당성을 잃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는 2022년 말 금융감독원이 예외적으로 허용한 이른바 '일탈회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주식 평가이익으로 발생하는 계약자 몫을 명확한 '보험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항목으로 처리하도록 허용한 조치다.

하지만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일탈회계 정상화' 방침을 여러 차례 공언함에 따라 일탈회계 중단이 가시화되는 형국이다.

만약 일탈회계가 중단되고 IFRS17 원칙이 전면 적용되면 삼성생명의 지금까지 논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탈회계에서 모호한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은 시가로 평가된 명확한 보험부채로 재분류돼야 한다. 이는 계약자에 대한 잠재적 배당 의무가 확고한 빚으로 잡히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생명이 주장하는 '유배당결손 우선 상계' 논리는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다음은 자회사인 삼성화재에 대한 지분법 회계 적용 압박이 거세진다. 지분법이란 자회사의 순이익을 지분율만큼 모회사의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 방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나, 이는 다른 관계사 적용 사례와 배치되는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국회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국회의원. 연합뉴스

결국 이번 사태는 국제회계기준이라는 원칙과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지라는 현실적 필요 사이에서 삼성생명이 겪는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의견이다.

과거의 손실을 내세워 계약자 이익을 제한하고, 자회사의 이익은 장부에 반영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고객과의 이해상충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

김현정 의원은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단순 투자자산을 넘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로 작동하는 기형적 구조에 있다"며 "금융당국은 개별 회계 처리 해석을 넘어,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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