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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비난의 화살도 미술로 풀어내다…권지안(솔비) 작가의 대구 첫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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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까지 경북대 북문 청문당

권지안, Humming Letter, 114.5x168.9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권지안, Humming Letter, 114.5x168.9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권지안, Humming Letter, 72.7x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권지안, Humming Letter, 72.7x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권지안, Beyond the Apple_a-z, 10x13x5.3cm, Acrylic on Aluminium, 2022-2025(each)
권지안, Beyond the Apple_a-z, 10x13x5.3cm, Acrylic on Aluminium, 2022-2025(each)
권지안 작가.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권지안 작가.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가수이자 시각예술가인 권지안(솔비) 초대전 '언어의 리듬'이 경북대학교 북문 인근 복합문화공간 청문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허밍레터'와 '애플'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허밍레터'는 작가가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음악 작업 중 느낀 그리움과 고마움, 슬픔을 언어가 아닌 멜로디의 흥얼거림으로 표현하면서 시작됐다. 작가는 "글이나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을 허밍으로 풀어냈다"며 그 경험을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 받은 영감과 함께 화폭에 옮겼다. 그는 "허밍을 "입으로 하는 청각 낙서이자 생명을 의미하는 언어다. 흐르는 리듬 속에서 관람객이 자기만의 감정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애플'은 작가가 미술을 시작하며 가장 많이 접했던 조롱 섞인 댓글인 "사과는 그릴 줄 아니?"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이를 단순한 상처로 남기지 않고, 알파벳 26자를 사과 모양의 폰트로 변주해 온라인 언어 폭력을 예술적 기호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내게 악플은 또 다른 미술 재료였다"며 알루미늄과 메탈의 차가운 질감을 활용해 사이버 공간의 폭력성을 키치적이고 위트 있게 풀어냈다. 이 작품에는 관객들이 자신에게 다가온 부정적인 언어를 어떻게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시는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관람객이 스스로 감정 언어를 기록하고 표현해보는 AI 프로그램 체험으로 확장된다. 전시실 2층에서는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를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전시실 3층 '나만의 허밍 드로잉'은 직접 관람객이 허밍을 녹음하고 시각적으로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참여형 공간으로 구성됐다.

10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지역 청년예술가 황주승과 함께 시민들이 직접 애플 작품을 3D로 재구성하는 '미니어처 애플 시리즈'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애플 시리즈 작품을 9분의 1 비율로 축소해 3D 프린터로 만든 사과 비즈, 알파벳 비즈들을 활용한 '미니어처 굿즈 만들기'도 상시 운영된다.

오픈식은 오는 21일 오후 4시에 열리며, 이날 작가에게 직접 작품 세계와 창작 배경을 들을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오프닝 퍼포먼스로 이선민 한국무용가의 '플라워 프롬 헤븐(Flower from heaven·연출 최석민)' 공연이 펼쳐진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053-320-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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