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경상북도의회 청사 지하 1층 로비. 김만진 씨(68)는 청소차 핸들을 잡고 구석구석을 누비며 건물과 시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며칠 전 작업 중 눈 위에 상처가 났지만, 모자를 깊게 눌러쓴 그는 묵묵히 실내를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힘든 노동 속에서도 자신이 작사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청사 관리반장으로, 매일 새벽 출근해 남들보다 늦게 퇴근한다. 청소뿐 아니라 건물 시설 점검과 유지관리 업무까지 맡고 있다. 그는 고된 일상 속에서도 음악과 철학이 그에게 삶의 활력을 준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더라고요. 이제야 제대로 제 인생을 써 내려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김 씨는 2016년부터 작사가로도 활동하며 지금까지 20여 곡을 써왔다. 대표곡으로는 '검무산', '오로지 당신', '나의 아내', '새바람 행복경북' 등이 있으며, 최근까지 '고고 아리랑', '곰나루', '새바람', '오직 당신뿐' 등 4곡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돼 조금이나마 작사료가 입금된다고 한다.
"가사는 마음의 철학이에요. 한 줄을 쓰려면 인생을 돌아봐야 하죠. 그래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더 좋은 가사를 쓰고 싶거든요."
김 씨는 2023년 가을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고, 올해는 고등학교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공주이인초등학교가 마지막 학력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생계를 위해 사회에 나선 그는, 4형제 중 막내이자 10남매 중 6명이 일찍 세상을 떠난 가정사 속에서 어릴 적부터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다. 태어난 지 보름 만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12살 터울 형과 97세까지 장수한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인생의 굴곡과 역경을 너무 어린 나이부터 받아들여야 했던 김 씨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올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가정에서는 두 딸과 한 아들을 둔 아버지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를 위해 노래를 만드는 남편이다. 그의 대표작 '오로지 당신'은 아내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다.
"젊을 땐 일하느라 앞만 봤는데, 지금은 뒤돌아보며 살아요. 내가 아내에게, 가족에게, 세상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하죠."
그는 올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에는 대학 진학도 고려 중이다.
그는 "음악이든 철학이든, 배움에는 끝이 없다"며 "지금이 내 인생의 두 번째 봄"이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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