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판단하도록 한 재판소원법의 제도 보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재판소원 남용으로 헌재의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정작 중요한 헌법적 쟁점 사건 심리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기본권 강화라는 법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중요한 사건들을 선별할 수 있도록 사전심사의 거름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판소원 접수…업무 과부하 우려
17일 헌재에 따르면 재판소원 시행 이후 나흘간 접수된 심판청구 사건만 44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법적 구제를 받은 사례가 생길 경우 향후 접수 규모가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이 재판소원으로 사실상 4심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이 확정한 판결에 대해서도 헌재가 심리해 효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하거나 기본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헌재에 사건이 접수되면 헌법재판관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의 정식 심리에 앞서 지정재판부에서 사전심사가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 헌법소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건은 각하된다.
문제는 하루에 약 10건씩 접수되는 재판소원 규모를 고려했을 때 헌재의 업무 처리에 과부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매달 800~1천200건의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최근 5년간 월평균 접수 건수인 238건과 비교하면 최대 4~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 결정을 할 경우 그 사유를 반드시 명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사건 접수가 몰리면 심사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중요한 헌법적 쟁점을 다루는 사건의 본안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 사전심사 설계·인력 충원 시급
법조계에서는 사전심사 단계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중요한 사건만 선별하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구 한 변호사는 "헌재의 업무 처리 속도가 더딘데, 예상대로 재판소원 접수가 1만건이 넘는다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결국 사전심사에서 많이 걸러져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거름망을 설계할지에 대한 숙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소원 급증으로 업무 과부하가 예고된 헌법재판소에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약 1만 건의 사건 접수가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헌법재판관 출신 법무법인 법연 김창종 고문변호사는 "헌재는 지금도 업무 부담이 크다. 사건이 급증하면 기존 헌법연구관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사건 처리 기간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재판소원법이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면서 준비과정 등을 거치지 않은 결과다. 지금부터라도 순차적으로 인력 충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정치권의 제도 보완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명백한 이유가 없을 경우 결정문에 이유를 적지 않고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헌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사유를 밝히지 않고 사건을 기각한다는 점에서 국민 기본권 강화라는 제도 취지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인다.
한편 헌재도 재판소원 관련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오는 20일 헌재 산하 헌법실무연구회는 '재판소원 적법요건 심사방안'을 주제로 발표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헌재가 한정된 사전심사 인력으로 어떻게 사건을 선별해 나갈지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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