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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정성태] '아트테이너', 그 경계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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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최근 대구 미술계에서 회자되는 단어는 '아트테이너(아트+엔터테이너)'다. 배우 박신양과 가수 권지안(솔비)의 지역 초대전을 계기로, 하정우, 구혜선, 나얼, 조영남 등 스타들의 회화, 설치, 사진 작업과 전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장르와 매체는 달라도, 이들의 예술적 시도는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대중 인지도와 방송에서 다져온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펼친다. 단순한 이벤트성 작업이 아니라, 진지한 예술적 시도로 평가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작품에 투영하며, 자기 성찰과 치유의 과정을 담아내는 모습은 인상 깊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업은 여전히 개인 차원에 머물고, 체계적으로 아카이빙된 사례는 드물다.

예술은 작가의 내면에 머물 때보다, 관객과 소통할 때 비로소 가치를 얻는다. 작품은 자기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타인과의 대화로 확장되어야 한다. 전시라는 공적 공간에 놓인 이상, 감정의 표현을 넘어 의미와 감동을 관객과 나누어야 한다. 예술은 타자와의 대화이며, 사회와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연예인 작가들의 등장은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정된 담론과 유통 구조에 균열을 내고, 예술을 대중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소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미술 생태계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또한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전시 공간, 미디어 노출, 작품 구매 시장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청년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미 대중성과 자본, 네트워크를 갖춘 이들이 무대를 선점하는 사이, 무명작가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예술의 길을 막 시작한 청년 작가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는 생존과 직결된다. 창작과 생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이들에게 기회의 불균형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다. 이는 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아트테이너의 등장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예술과 대중문화를 넘나드는 그들의 작업은 분명 동시대적 의미를 지닌다. 다만 예술가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감각과 인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깊이 있는 탐구, 꾸준한 실천, 그리고 진정성 있는 노동이 요구된다. 대중이 그들을 '작가'로 인정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스타의 반짝 재능'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트테이너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누구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다. 예술은 단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나누는 삶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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