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일제강점기 민족 시인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의 구절을 시작으로 한 청년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이내 청년은 안경과 공책, 펜을 내려놓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고, 시간이 흘러 누군가 남겨진 흔적을 발견한다. 안경을 쓰고 공책을 펼치자 시인의 시간이 눈앞에 되살아난다.
지난 17일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DSAC 온 스테이지 다섯 번째 무대로 창작 한국가곡 콘서트 '[회신] 윤동주 귀하'가 오후 3시, 7시 30분 두 차례 진행됐다.
2021년 처음 무대에 오른 공연은 이듬해 지금과 같은 앙상블 규모가 더해졌다.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강한뫼 작곡가는 이번 공연에서 윤동주 시인이 당대 지식인으로서 겪은 고뇌와 아픔 등 인물 자체를 조명하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공연은 2부로 나뉘어 윤동주의 시 14편을 창작 가곡으로 재구성하고 시 구절이 담긴 미디어아트와 함께 감성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1부에서는 '서시', '거리에서', '무서운 시간', '참회록' 등 시인의 대표적인 자기성찰적 시를 배치해 식민지 청년으로서 느끼는 불안과 고독을 표현했다. 비 내리는 영상을 배경으로 성악가들이 우산을 쓰고 노래하는 장치도 시적 분위기를 더했다.
2부에서는 '자화상',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사랑스런 추억' 등이 연주됐다. 내면 갈등을 넘어 미래를 향한 시선으로 정서적인 여정을 마무리한다. 앙코르 곡으로는 윤동주의 시 '소년'에 등장하는 '순이'라는 인물을 통해 시인도 사랑을 해봤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작품 '다시 만나는 그날에는'으로 다가올 봄을 기약했다.

강한뫼 작곡가는 SM 클래식스 전속 작곡가이자 편곡가로 프로듀서, 라디오 진행 등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장점으로 인적 자원과 정서적 기반을 꼽았다. 또한 작곡 활동은 작품을 쓰고 자료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이동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 독일에서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곡인 '사랑스런 추억'의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라는 구절은 공연을 처음 기획하게 된 출발점이기도 하다. 강 작곡가는 "윤동주 시인이 27살에 세상을 떠났고, 27살의 나는 처음으로 그의 시에 곡을 붙였다"라며 "같은 나이를 접점으로 시인이 시 속에 남겨둔 '젊음'에 오늘의 음악으로 화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14편의 시에 선율을 입히는 작업은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계속해서 불러지는 노래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는 "본래 시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문장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연결돼있는 것 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쉽게 간직할 수 있는 노래로 시문을 마음속에 품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 공연예술 지역 유통지원 사업에 선정돼 프란츠클래식과 함께 진행했다. 달서아트센터 DSAC 온 스테이지 시리즈는 무용, 탱고,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진행돼 왔으며, 오는 재즈 무대를 마지막으로 올해 공연이 마무리된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4대강 재자연화 외친 李 정부…낙동강 보 개방·철거 '빗장' 연다
李대통령, 24일 취임 후 첫 대구 방문…"재도약 길, 시민 목소리 듣는다"
李대통령, 24일 대구서 타운홀미팅…"다시 도약하는 길 모색"
나경원은 언니가 없는데…최혁진 "羅언니가 김충식에 내연녀 소개"
냉부해 논란 탓?…李 대통령 지지율 52.2%로 또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