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장 앞장서서 손님맞이에 나선 경주 호텔들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 APEC에는 정상급 인사와 대표단, 언론인, 기업인 등 약 2만여명이 방문한다.
◆미·중 대표단은 어디에
지난 21일 오후 경주 코오롱호텔에 들어서자 조선시대 양반집을 연상시키는 기와지붕과 격자무늬가 멋스럽게 기자를 맞았다.
불국사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 대표 관광지인 경주에서도 가장 전통 있는 호텔 중 하나이며, 이번 APEC 기간 중 중국 방문단이 머물 곳이다.
1978년 세워진, 무려 48년이나 된 호텔이지만 외관이며 내부 인테리어 모두 세월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만큼 반짝이며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APEC를 맞아 전반적인 리모델링과 함께 노후 냉방장치 등 설비 전반을 개보수한 덕분이다.
먼저, 주요 귀빈의 투숙을 위한 PRS(President Royal Suite·로열 스위트룸) 객실을 비롯해 일반 객실 또한 방음 성능 강화와 창호 및 방화문 교체 등 개선이 진행됐다.
차를 좋아하는 중국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호텔 로비의 카페 일부는 아예 다원(茶園)으로 개조된다.
코오롱호텔만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VIP 및 내외국인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식음 서비스다. 경주 지역 특산품인 한우를 메인으로 한 '천년한우구이 반상', 금관의 아름다움을 모티프로 한 '금관 바큐 플래터', 한국 전통 디저트의 섬세한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란다' 등 지역성과 품격을 조화시킨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코오롱호텔은 행사 기간 중 오직 중국 방문단만으로 모든 객실과 식당, 행사시설의 예약이 완료됐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이곳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방문단의 숙박이 예정된 경주 힐튼호텔은 로비를 둘러싼 빽빽한 철구조물이 먼저 눈에 띄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돼 보이는 철파이프가 기존 로비 기둥에 묶여 성인 남성이 몸을 옆으로 두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촘촘히 펼쳐져 있다.
이 파이프에는 APEC 경주 일정이 시작되고 미국 내 주요 인사들이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높이 2m 이상의 두꺼운 가림막이 처질 예정이다.
로비 주변을 완전히 가려 사람은커녕 들고양이조차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내부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동선도 가리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박시설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보안과 방호시설이 추진되는 중이다.
약 한 달 전부터 대사관은 물론, 백악관 측 직원 일부가 묵으며 현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으며, 미국 방문단이 오기 3, 4일 전부터는 아예 미국 자체 업무시설 및 방호장비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백악관 전체가 옮겨오는 셈이다.
APEC 만찬연회가 진행될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라한호텔)은 가장 축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라한호텔로서는 지난 2005년 옛 현대호텔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저력이 있다.
라한호텔은 450명 규모의 만찬장과 PRS를 전면 개보수하고 각국 대표단의 문화·종교적 금기를 감안한 식사 제공을 준비 중이다.
APEC 만찬 총괄인 에드워드 리(Edward Lee) 셰프도 라한호텔 주방에서 협업 지휘를 맡게 된다.
식사와 접객 외에도 경주 특산품을 활용한 '경주상점'을 운영한다.
이미 대몽재와 교동법주 등 경주지역 전통주를 비롯해 자석스티커 등 기념품이 한국의 미를 느끼게 하는 각종 장식물과 함께 방문객들을 유혹 중이다.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북스토어에는 특별히 한국을 알리는 문학서적을 중심으로 각국의 책들을 대거 배치해 전통적이면서 글로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VIP 식사 등은 별도 준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등 각국 정상의 식사 뉴얼은 보안 관계상 철저히 통제된다.
다만, 이들의 위치상 일반 방문단처럼 조식 뷔페장이나 로비 카페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각 호텔들마다 VIP를 위한 별도 식사 공간 또는 주방시설이 배치되며, 전용 회의공간도 제공된다.
기존 주방시설의 일부를 VIP 전용으로 분리하거나, 아예 새로운 주방시설을 설치하는 식이다.
식자재 역시 호텔 측에서 제공하는 것을 사용할 가능성이 적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부 VIP들은 자국에서 전담 요리사가 동행하며, 식자재 또한 해당 국가의 식품위생법에 맞는 재료들을 공수할 것으로 전해진다.
간혹 한국의 전통 음식 등을 희망할 경우에도 역시 자국 보안팀의 철저한 검사를 거쳐 VIP에게 전달된다.
◆35개 각국 정상 전용 숙소 완비
이번 회의를 위해 경주 보문관광단지 일원에만 1만2천800여실의 객실이 준비됐다.
VIP를 위한 PRS도 한 호텔당 2개 이상씩 모두 35개가 마련됐다.
호텔들은 단순히 객실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전면적인 시설 리모델링과 서비스 개편에 나서고 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약 1천700억원을 투입해 4성급의 '소노벨 경주'를 전면 리모델링한 뒤 5성급의 '소노캄 경주'로 새 단장했다. 소노캄 경주의 PRS 객실은 호텔 중 가장 많은 총 7실이 신설됐다. PRS 객실 내부는 최신 인테리어와 첨단 보안 시스템으로 개편됐고, 회의실·응접실·전용 주방까지 포함해 국가 정상의 동선에 맞춰 설계됐다.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은 보문호 최고층에 PRS 2객실을 이번 APEC에 맞춰 특별히 마련했다. 인테리어는 신라 왕실 별궁인 임해전에서 영감을 얻어 전통과 현대를 접목했다.
객실마다 지역 전통차와 유과, 경주 도자기 등으로 구성된 웰컴 다과를 제공하며 경북지역 특산품 홍보에도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힐튼호텔은 객실·레스토랑·미술관 등 전반적인 시설에 약 16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호텔 내부에 있는 우양미술관은 APEC 기간에도 운영되며, 백남준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숙박객들이 머무는 동안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코오롱호텔 역시 이미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대규모 인원이 동시에 투숙할 수 있도록 레스토랑, 연회장, 주차 공간 등을 보강했다.

◆APEC 계기로 경주 숙박시설 한 단계 업그레이드
경북도와 경주지역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문화와 관광을 결합해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경험도 선사한다.
경주월드, 국립경주박물관, 불국사·석굴암 등 주요 관광지를 연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일부 호텔은 참가자 전용 관광 안내 데스크를 완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숙박 인프라 확충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경주 관광산업 전반의 품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주요 호텔의 리모델링과 서비스 품질 개선은 국제회의 유치 경쟁에서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는 경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며, 숙박업계의 전면 혁신은 그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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