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협상의 향방이 이제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달렸다.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고위급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번 회담이 양국 간 교역 현안을 매듭지을 '최종 무대'가 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워싱턴 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약 2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다. 김 실장은 협상 후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논의를 더 해야 한다"며 완전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대면으로 다시 만날 가능성은 낮다"며 추가 논의는 화상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7월 말 큰 틀에서 합의된 한미 무역협정을 최종 마무리하기 위한 단계다. 사실상 실무 차원의 조율은 끝났고, 남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단뿐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핵심 쟁점은 한국이 조성하기로 한 3천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의 현금 비율과 납입 기간, 그리고 투자처 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발언권 보장 여부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전액 현금 납입'을 고수해온 반면, 한국은 분할 납입과 일부 보증 대체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2029년 1월까지) 내 투자금을 확보해 정치적 성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뚜렷한 반면, 한국은 8년간 연 250억 달러씩 납입하고 나머지 1천500억 달러는 신용보증 형태로 돌리는 절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이후 납입 연장'을 수용하느냐가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외교가는 APEC 정상회의 전후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이번 무역협상 결과가 공동선언문이나 '팩트시트(Fact Sheet)' 형태로 공개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무역 문제 외에도 8월 워싱턴 회담에서 이미 논의된 국방비 분담금 증액, 동맹 현대화,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 등이 동시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무역협상 타결이 미뤄질 경우, 이들 안보·경제 합의도 함께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24일 취임 후 첫 대구 방문…"재도약 길, 시민 목소리 듣는다"
李대통령, 24일 대구서 타운홀미팅…"다시 도약하는 길 모색"
'갭투자 논란' 이상경 국토차관 "배우자가 집 구매…국민 눈높이 못 미쳐 죄송"
"이재명 싱가포르 비자금 1조" 전한길 주장에 박지원 "보수 대통령들은 천문학적 비자금, DJ·盧·文·李는 없어"
나경원은 언니가 없는데…최혁진 "羅언니가 김충식에 내연녀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