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추석 때 '먹방'으로 혼쭐이 났다. 부인 김혜경 여사와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발생(9월 26일) 직후였던 9월 28일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집 촬영을 강행한 게 논란이 됐다. 특히 국가 전산망을 수습하던 공무원이 사망한 터라 먹방을 즐기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이 TV로 방영되는 게 부적절하다며 야권은 촬영분 폐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방영일을 하루 연기토록 방송사에 요청 아닌 요구를 해 방송은 강행됐다. 이게 사망 공무원 추모 기간 종료 후 바로 다음 날로 미룬 것이라 역시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K(케이) 푸드 홍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인정. 'K'라는 접두어가 붙은 건 정부가 마땅히 지원해야 하고 대통령이 직접 시연하는 모델로 나서는 게 미덕인 시대니까.

그러나 콘텐츠에서 그런 효과만 나오는 건 아닐 터다. 사실 먹방은 곧 대통령의 이미지가 된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은 호감을 부르는 먹방에 꽤 신경 썼다.
먹방은 원래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데, 유명인이 먹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그리고 먹는 것에 대한 일화로 넓게 해석되고 있다. 이게 대중에 '이미지'(요즘 개념은 '밈')로 널리 회자돼야 비로소 명징해지는 단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먹방 시초를 살펴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나온다. 소재는 막걸리다. 논두렁에 앉아 시골 한 촌로에게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따라 주는 장면 등 막걸리 먹방 사진들이 유명하다.
막걸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청와대 만찬주로도 쓰며 막걸리 시장이 급성장했고,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찍힌 사진들 중 주민들과 격의 없이 나눠 마시는 막걸리 먹방이 그를 그리는 대표 이미지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요일 아침엔 손수 라면을 끓여 먹겠다며 주방 직원들을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세기의 정치 라이벌 DJ(김대중 대통령)와 YS(김영삼 대통령)의 먹방 일화도 전해진다. 먼저 대통령을 맡은 YS가 DJ를 청와대에 초청해 칼국수를 대접했는데, 대식가인 DJ가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곧장 아구찜을 먹으러 갔다는 얘기다.
모두 특별한 메뉴는 없다는 게 공통점이다. 서민 음식을 즐겼다. 이걸 '잘 먹는 사람이 보기도 좋다'는 한국 특유의 정서와 결합시키면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전통시장에서 떡볶이와 어묵 등 길거리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먹방→호감→표심'의 알고리즘을 누가 마다하랴.
먹방을 이제는 유튜브와 SNS로 꾀하는 게 요즘 정치 아닐까. 그러나 역효과도 발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기였던 2021년 6월 17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와 떡볶이 먹방 유튜브 영상을 촬영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큰불이 나 논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애주가 캐릭터로 대선 시기와 정권 초반엔 호감을 좀 얻었으나, 이후 지각 출근 등 근무 태만의 원인이라는 의혹을 받으며 곤욕을 겪었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의 먹방은 슬슬 구식이 되는 듯하다. 못 먹고 살던 시대는 지났으니까. 잘 먹는 건 해결됐으니 잘 살고 싶어 한다. 마침 10·15 부동산 정책이 주거 문제를 띄웠고, 교육을 비롯해 지방 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먹방은 이제 됐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지 표현해 주는 모습을 대통령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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