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반(反)이민주의와 자국우선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의 핵심 가치였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반이민주의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 중심부에는 약 15만명의 영국인들이 모여 반이민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를 주도한 토미 로빈슨이 생중계했던 방송은 최고 시청자가 290만명이나 됐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 많은 선진 국가에서도 반이민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이민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과 국민 불안에 대응해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건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인과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주요 선진국에선 반이민 시위에 맞물려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국기 게양 운동'이다. 영국에선 단순히 자신의 집에 영국 국기를 게양하는 행위가 보수당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MAGA 집회 현장에서도 미국 국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호주에서도 네덜란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기의 폭넓은 사용이 집단의 단결과 소속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최근 걷다 보면 국경일이 아닌데도 태극기를 그냥 걸어 놓는 집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태극기 사랑이 깊어지는 것 같이 보이는 이 현상은 '느낌' 그 이상이다. 태극기게양회가 지난 광복절을 맞아 조사한 결과 강원 춘천시 41개 아파트 단지 2천810가구 태극기 게양률은 29.0%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3·1절의 11.2%와 비교해 3배 가량 증가한 수치였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의 이민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태극기 사랑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숨어있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 다문화 정책이 추진된 이후 이민자 수는 계속 늘어 2023년 말 250만명을 돌파했다. OECD가 발표한 '국제이주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이민자 증가율은 50.9%로 OECD 회원국 중 2위다. 2022년부터 농어촌에서 짧게 일하고 귀국할 수 있는 계절 근로자 유입을 확대해서였는데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의 근로 관련 이민은 2023년 전년 대비 129% 급증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도 최근 10년사이 110% 급증했다.
여기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중국인인데 최근 캄보디아 사태의 주범이 중국인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 불안감도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며 "중국인 범죄자가 국내로 무분별하게 유입될 수 있다" "질병유입 혹은 고위험군 입국자를 가려내기 어려워질 것"이란 주장이 쏟아진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주장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목할 것은 음모론이 퍼지는 속도와 국민이 느낀 '불안정서'다.
하지만 집권여당은 "혐중하지 말라"며 이런 불안정서에 되레 기름을 붓고 있다. 중국공산당 반대 시위를 '혐중 시위'로 낙인 찍고 수사인원까지 동원되는 시정이다. 이민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에 반이민주의 정서가 드러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자국 우선주의 혹은 애국심으로 연결되는 것도 인과관계에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은 그런 목소리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한국인과 외국인 가운데 우리가 먼저 신경써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강경한 애국심에 기초한 사회적 결속이 때로 양극화된 정치적 분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사회적 안녕이 깨지기 전 먼저 챙겨야 할 건 자국민이다. 이걸 굳이 말로 해줘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태극기나 꺼내서 문 앞에 걸어야겠다.
김찬규 프리드먼연구원 기획실장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성남시장 방 옆 김현지 큰 개인 방" 발언에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 "허위사실 강력규탄"
"아로마 감정오일로 힐링하세요!" 영주여고 학생 대상 힐링 테라피 프로그램 운영
李대통령 "박정희 산업화 큰 업적…비판 있지만 공적 누구나 인정" [영상]
"울릉도 2박3일 100만원, 이돈이면 중국 3번 가"…관광객 분노 후기
취임 후 처음 대구 찾은 이재명 대통령, 핵심현안사업 지원 의지 강조(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