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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700건' 중독된 조선족, 그날 밤…'인육' 소문까지 부른 잔혹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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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다시보는 그때 그사건
2012년 수원 토막살인 사건…오원춘 무기징역

수원 2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우위안춘이 10일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경기일보 제공, 연합뉴스
수원 2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우위안춘이 10일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경기일보 제공, 연합뉴스

2012년 4월 1일 밤, 수원 팔달구의 골목길에서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이 납치됐다. 그 길목에 중국 국적의 40대 조선족 우위안춘(오원춘)이 있었다.

음란물에 깊이 빠져 있던 그는 처음 본 20대 여성을 향해 왜곡된 욕망을 품었고, 이내 상상조차 힘든 잔혹한 범행으로 치달았다.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는 수법이 극히 끔찍했던 탓에, 온라인상에선 '인육'이라는 단어까지 회자됐다.

◇스마트폰엔 음란물 700건…그날밤 잔혹 범행

2007년 한국에 입국해 거제도, 제주도, 수원까지 전국의 공사 현장을 전전하던 우 씨. 주변 사람들은 그를 '말수가 적고, 혼자 있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그의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는 음란물이 끝없이 스크롤됐다.

우 씨는 스마트폰을 구입한 2011년부터 수백 건의 음란물을 검색하고 저장했다 지웠다. 그가 스마트폰에서 검색하고 삭제한 음란물 이미지 건수만 600~700건에 이르렀다. 성매매도 빈번했다. 수원, 부산, 대전, 제주 등지의 성매매업소는 물론, 이른바 '출장 성매매' 서비스도 수십 차례 이용했다.

2012년 4월 1일 밤. 그는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본 뒤 술을 마시고 집을 나섰다. 그때, 귀가하던 27세의 여성을 발견했다. 우 씨는 골목의 전봇대 뒤에 숨어 피해자를 기다렸다. 피해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CCTV에는 우 씨가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리고 집으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이 담겼다.

우 씨는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들어가 청테이프로 손발을 묶은 뒤 침대 위에 눕혔다. 우 씨가 성범죄를 저지르려 하자 피해자는 완강히 저항했다. 우 씨가 용변을 보러 간 사이 피해자는 결박을 풀고 안방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하던 중 우 씨가 들어왔고, 다시 침대로 끌려갔다.

우 씨는 피해자의 가방에서 현금과 외화, MP3 플레이어 등을 꺼내 강취했다. 이후 그는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실패했고 그대로 피해자의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새벽, 성폭행을 다시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다시 반항하자 그는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친 뒤 피해자를 살해했다.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게 되자 그는 다시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두세차례 가격했다.

이어진 범행은 더욱 끔찍했다. 그는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했다. 범행에 사용된 도구는 단 한 자루의 흉기. 그는 이 흉기로 약 6시간에 걸쳐 시신을 훼손했다. 그의 행동은 상식 밖이었다.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하던 중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검색했고,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을 켜서 내용을 확인하기도 했다.

정교한 방식으로 시신을 훼손한 행위는 단순한 은폐의 목적이 아닌 것으로 수사기관은 의심했다. 우 씨는 훼손된 시신 일부를 비닐봉지에 담아 세탁기에 넣어두었으며, 경찰이 들이닥칠 때까지 태연히 집 안에 머물러 있었다.

◇'인육 제공 목적' 주장은 항소심서 기각…유족 오열

경찰이 현관문을 두드린 것은 4월 2일 오전 11시 무렵이었다. 인근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50분 넘게 문을 열지 않자, 강제 진입을 경고했고 그제야 우 씨는 문을 열었다. 체포 당시 그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당시 112신고센터 통화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다급하게 "OO학교 좀 지나서 OO 가는 길쯤에 있는 집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있어요"라며 "아저씨가 잠깐 나간 사이에 문을 잠갔어요"라고 구조를 요청했다.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피해자가 울먹이며 "아저씨, 제가 잘못했어요"라며 울부짖는 소리가 녹음됐다. 이후에도 통화가 지속되며 피해자가 애원하는 소리가 이어졌는데, 경찰은 '주소 다시 한번 알려 주세요'라며 대화를 시도했다.

우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나랑 같이 한번 놀자. 내가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는 둥 거짓 진술로 책임을 피하려 했다. CCTV 영상과 피해자의 112 신고 녹취가 공개되자 그는 결국 범행을 인정했다.

원심은 우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인육을 불상의 용도로 제공하려 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이를 형량에 반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그런 목적이 있었다고 볼 합리적 증거가 없다"며 사형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 씨의 범행 동기가 '인육 제공'이라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법원은 "흉기를 사용해 살점을 잘라냈다는 이유만으로 인육 제공의 의도를 단정할 수 없다"며 "별도의 도구를 준비하거나 인육과 관련된 거래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수사 결과 우 씨의 집 주변에서 수거한 뼈조각 18점이 모두 동물 뼈로 확인됐다. 우 씨의 심리 분석 결과, 그는 계획적 살인범이라기보다는 성욕에 의한 충동적 범죄자라는 결론이 제시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면식 없는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것은 참작할 여지가 없는 흉악한 범죄지만,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영구히 박탈하는 극형으로서 오직 예외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며 "범행이 잔혹하나 피고인이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고 교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의 환경과 고립된 생활, 그리고 교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형보다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무기징역이 타당하다"고 했다.

유족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피해자의 유족들은 불면과 악몽, 대인기피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족은 법정에서 "사형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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