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정에 대한 피상적 이해가 정치적 흑역사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 소식을 전하며 "뉴욕이 보여준 변화의 에너지가 서울 시민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맘다니 시장이 보여준 시정 비전은 조국혁신당이 지향하는 방향과 같다"고 했다.
맘다니는 자칭 사회주의자로 그의 당선 소식은 뉴욕시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맘다니가 활동한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은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대체한다"는 명시적 목표를 내건 조직이다. 맘다니 본인도 "우리가 사회주의자임에 당당할 것" "사회주의 목표는 생산 수단의 장악"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맘다니의 뉴욕 시장 선거 전략은 '생활고에 기반한 계급투표 유도'로 요약된다. 살인적인 뉴욕 물가와 월세를 해결하겠다며 임대료 동결, 무상버스, 최저임금 2배 인상 같은 비현실적 공약을 내세웠다. 임대료 동결은 시장경제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엄청난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 뉴욕시 최저임금을 현재의 2배인 시간당 30달러(4만3천원)으로 올린다면 자영업자 대부분이 문을 닫고 최저임금 노동자는 실업자가 될 것이다.
맘다니의 승리 비결은 토론이 아닌 틱톡 포퓰리즘 그 자체였다. 그는 상대 후보와의 정책 토론을 회피하면서 1분짜리 자극적인 숏폼 비디오 업로드에 집중했다. "임대료 동결"을 외치며 양복을 입은 채로 코니 아일랜드의 바다에 뛰어드는 식의 '쇼'가 히트를 쳤다. 맘다니는 이런 현란한 디지털 전략으로 젊은 정치 저관여층 유권자들을 유혹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런 숏폼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을지언정 시민의 삶은 바꾸지 못한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바라는 정치의 모습인가.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치열한 숙의(熟議)를 통해 완성된다. 맘다니 당선은 오히려 우리 정치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현상이다. 젊은이 눈길을 사로잡는 현란한 틱톡 동영상만으로 아무런 현실감각과 정책능력이 없는 사람이 미국 경제수도의 시장이 된 사건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주민 의원과 조국 비대위원장은 스스로를 한국의 맘다니로 포장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너무 멀리 나갔다. 뉴욕은 '사회주의 실험장'이 되었지만 서울은 그래서는 안 된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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