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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봉산문화회관 신임 관장, 채용절차 중 회관서 '겸직규정 위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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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예술감독' 직함, 겸직허가 대상인지 두고 대립
신임 관장 "명예직 성격 호칭…연출자 따로 있었다" 해명
재단 "지적된 경력들, A씨 채용 결정에 영향 주지 않아"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이 채용한 봉산문화회관 신임 관장이 임기제 공무원 재직 도중 봉산문화회관에서 뮤지컬 공연을 여는 등 겸직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임 관장이 채용 서류에 공연 개최 이력을 기재했고, 공연 개최 시기가 관장 채용 기간과 겹침에도 재단은 별다른 지적 없이 인사검증을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도심재생문화재단에 따르면 봉산문화회관 신임 관장으로 채용된 A씨는 지난달 말 합격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재단 이사장인 중구청장 재가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2년 4개월여 간 서구의회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해왔다. 그런데 이 기간 A씨는 임기제 공무원 신분으로 공연과 행사 연출에 참여하면서도 서구의회에 이 사실을 통보하거나 겸직허가를 구하지 않았다.

지방공무원법 제56조와 공무원 복무규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다른 직무를 겸할 경우에도 소속 기관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다만 비영리 목적의 출간·작곡 등 일회성 행위는 예외다.

그동안 A씨의 외부활동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서구의회는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의 서구의회 재직 중 겸직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는 총 세 건이다.

A씨는 지난해와 올해 열린 제23·24회 '대구아리랑 축제'의 총괄 연출을 맡았다. 지난 8월 30일에는 달성문화원에서 열린 뮤지컬 '배달성전'에 작가와 작곡가로 참여했다. 지난 9월 27일에는 봉산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뮤지컬 '간송'의 작가와 예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간송은 2차례 공연에서 좌석 당 3만원의 입장료를 받은 유료 공연이었다.

A씨는 세 가지 경력을 모두 '봉산문화회관장 응시원서'에 기재했다. A씨는 세 경우가 '예외규정'에 따라 겸직허가가 필요치 않은 사례라는 입장이다.

A씨는 "개인적으로 만든 극본과 곡 등을 공연에 제공한 것은 맞지만, 공연 개최를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예술감독'이라는 호칭도 통상 극본 원작자에게 주어지는 명예직일 뿐이다. 공연의 총괄 연출자는 따로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련 의혹을 제기한 중구의회는 A씨가 간송 기획 과정에 수차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근거로 '간송 경력'이 겸직허가 요구 대상인지 따져보고 있다.

중구의회 관계자는 "A씨가 공연 준비 과정을 꾸준히 참관하며 수정된 극본이나 연출에 관한 여러 의견을 낸 것은 본인도 인정하지 않느냐"며 "이를 모두 '일회성 행위'로 봐야 할지, '예술감독' 직함에 대한 A씨의 설명이 신빙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선 관장 임용 이후에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속 기관과 최소한의 상의도 없이 개인 경력활동을 이어온 행위는 위법 여부를 떠나 태도나 신의성실 면에서도 평가됐어야 했다"며 "재단이 서류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을 짚어내지 못해 문제를 키웠다. 최근 관장 채용에 대해 여러 뒷말이 나오는 것도 재단의 허술한 인사검증 탓"이라고 비판했다.

봉산문화회관장 채용전형은 간송 공연일보다 여드레 앞선 지난 9월 19일부터 시작돼 지난달 말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재단은 지원서 검토와 면접 등을 진행하면서도 A씨의 겸직허가 여부 등은 전혀 살피지 않았다.

재단은 A씨의 채용과정에서 문제될 사항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해당 상황을 모른 채 채용을 진행하긴 했지만, 지적된 이력들은 A씨의 채용 결정에 일절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언급된 공연은 모두 주말에 개최됐으므로, A씨가 본업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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