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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도박장, 6년 전 화재 발생한 대보아파트에 밀집…"불나면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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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미설치

지난 2019년 2월 대보아파트 상가 목욕탕에서 시작된 화재 모습. 당시 화재로 3명이 숨지고 88명이 다쳤다. 매일신문 DB
지난 2019년 2월 대보아파트 상가 목욕탕에서 시작된 화재 모습. 당시 화재로 3명이 숨지고 88명이 다쳤다. 매일신문 DB

노인 이용 비율이 높은 불법 도박장(매일신문 11월 16일)이 화재 위험이 높은 노후 건물에 밀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중 상당수가 6년 전 화재로 사상자까지 발생했던 대보아파트 상가에 몰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교적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 수백명이 이용하는 도박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방문한 대보아파트 상가 4층의 복도와 점포 내부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4층은 이른바 '쉼터'로 불리는 노인 도박장이 밀집한 곳이다. 이곳 쉼터와 복도를 구분하는 가벽은 대부분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과 목재로 이뤄져 있었다. 곳곳에 소화기가 놓여 있긴 했지만, 근처에 놓인 콘센트는 새까만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고 있어 화재 위험이 커 보였다.

쉼터가 밀집한 대보아파트 상가는 1980년 7월 준공돼 만 45년을 넘겼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라 노후 건축물로 분류되는 20~30년을 한참 넘겼다.

노후 건물인 이곳은 스프링클러, 완강기 등 소방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방법상 의무 설치 규정 제정 전 완공된 건물들에 대해서는 소방안전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서다. 다만 2018년 개정된 현재 기준을 적용하면 7층 규모의 대보아파트 상가는 전체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다.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물이 노후해 대형 화재로의 확산 가능성이 높은 데다 쉼터 이용자 상당수가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인 만큼 특히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보아파트 상가는 지난 2019년에도 사우나의 노후 콘센트에서 불이 붙으며 3명이 숨지고 88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 건축 자재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맞는 경로를 찾아 계단으로 대피하기도 어려워 보여 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이렇게 위험이 뻔히 예견되는 상황에 한해서는 관계기관이 선제적으로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등 적극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대보아파트 상가의 경우 지난 9월 정기 점검에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법상 요구되는 소방시설을 잘 갖춰둔 것으로 판단했다"며 "점검 과정에서 위반 사례가 발견되면 추가적인 안전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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