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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개 공관 중 42개 공석…재외 국민은 누가 보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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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개 재외 공관 중 42개 공석 상태, 후속인사 하세월
李 정부 외치(外治)보다 내치(內治) "재외 국민들 누가 보호하나?"
지난해 해외 사건·사고, 한국인 1만7천283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외교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외교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탄생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재외 국민들을 보호할 해외 공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태 때도 애틀랜타 총영사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한국인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캄보디아 범죄단지 사태 때도 그 나라 대사 자리는 비워 있었다.

해외 대사관 경험이 있는 외교 공무원들은 "재외 국민들을 보호하는 대표격인 대사나 총영사가 없다는 것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사관 직원들은 주어진 업무 처리 외에는 재량권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캄보디아 사태 관련 질의에 답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캄보디아 사태 관련 질의에 답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173개 재외 공관 중 4분의 1 공석

지난달 20일 외교부와 김건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 내 173개 재외 공관 중에 4분의 1에 달하는 42개 공관이 리더십 공백 상태다. 대사 공석은 25곳, 총영사 공백은 17곳이다.

대한민국 재외 공관 진공 상태를 만든 것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러시아, 유엔 등 주요 공관장에 대해 2주 이내 물러날 것을 지시한 후 이후 후임 인선이 차질을 빚으면서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대사 공석인 25곳은 ▷교황청 ▷나이지리아 ▷동티모르 ▷러시아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영국 ▷OECD ▷온두라스 ▷유네스코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캐나다 ▷파키스탄 ▷프랑스 ▷투르크메니스탄 ▷파라과이 ▷콜롬비아 ▷쿠웨이트 ▷피지 ▷헝가리 ▷호주.

총영사 공석인 17곳은 ▷뉴욕 ▷니가타 ▷다낭 ▷두바이 ▷몬트리올 ▷삿포로 ▷선양 ▷애틀랜타 ▷오사카 ▷요코하마 ▷우한 ▷이르쿠츠크 ▷호놀룰루 ▷호치민 ▷홍콩 ▷후쿠오카 ▷휴스턴.

한국인의 해외 피해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사건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국인은 1만7천283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서베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ICE 동영상 캡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서베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ICE 동영상 캡터

◆외치(外治)보다 내치(內治), 李 정부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일단 해외 공관 대표격인 대사나 총영사를 물러나라고 지시한 후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선 승리에 기여한 특정 인사들에게 전리품(엽관제, 스포일스)처럼 자리를 나눠주려 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내란 청산을 위한 3개 특검, 검찰 개혁, 야당 때리기 등에 집중하는 대신 해외 공관 공백을 서둘러 채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새로 부임한 공관장은 강경화 주미대사, 이혁 주일대사, 노재헌 주중대사, 차지훈 주유엔 대표부 대사뿐이다.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내정이 되었지만, 한달이 넘은 지난주에야 취임했다. 이도훈 전 대사는 7월에 이임했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러 정상이 결집한 대형 이벤트에서도 러시아 당국과 접촉할 대표 인사는 없었다. 캄보디아 사태 역시 지난달 뒤늦게 태스크포스(TF) 팀을 발족하고, 박일 전 레바논 대사를 TF 팀장으로 급파했다.

대구 출신으로 중동, 북미, 남미 등 외교관 경력 28년의 전직 대사는 "이런 비정상적인 공관장 공백 사태는 정치인 출신들을 위한 자리주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권 차원의 보은인사는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더러 재외 국민들의 권익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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