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쿠팡 알바 후기를 전해 화제가 된 데 이어 최근 대학원 공부와 병행해 녹즙 배달 알바 후기를 꾸준히 전하며 청년들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알바 노동과 정치를 연결시키는 행보에 나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쿠팡 알바 후기와 함께 주목된 키워드인 '일당 19만원'에 대한 뒷얘기를 털어놨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19일 오후 2시 9분쯤 페이스북에 '일당 19만원, 그 뒤에 있는 진짜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아침에 녹즙을 배달한 지 두 달이 흘렀다. 최근에는 3주짜리 단기 알바를 하나 더 시작했다. 녹즙 배달이 끝나고 오전 11시 반부터 사무실에 출근해 문의에 대응하는 일이다. 매뉴얼에 맞춰 답변하고, 온라인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비교적 단순한 업무다. 요즘 나는 이런 노동 경험을 유튜브와 브런치에 기록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19년 'N번방' 사건을 처음으로 공론화시킨 '추적단불꽃'을 이끈 후 2022년 20대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 발탁되며 차세대 청년 정치인을 집중 조명을 받았던 시기를 가리켜 "2022년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대가는 컸다. 악성 댓글과 문자 폭탄이 내 일상에 침투했다. 비방과 조롱 위주의 메시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야기는 '알바나 해라'였다. 사회생활도 안 해 본 애가 무슨 정치를 하냐는 조롱 속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을 비하하는 시선이 노골적으로 깔려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편의점 알바나 해라'(라는 말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정말 알바를 하고 있다고 밝히자, '천직이다, 그런 일이나 계속해라'로 (말이)바뀌었다"면서 "'그런 일'. 그 말 한마디에 이 사회가 특정한 노동을 얼마나 쉽게, 하찮게 여기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누구도 '정치나 해라'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이라고 대한민국 사회의 '알바'라는 키워드에 대한 인식을 몸소 겪은 일화를 전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내가 처음 올린 알바 후기는 쿠팡이었다. 새벽 근무를 마치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일을 방금 마친 감각이 생생히 살아 있을 때 글을 썼고,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뒤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지인들에게서는 '고생했다'는 연락이, 포털 사이트에는 수십 개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8시간 노동에 19만 원을 받았다고 쓴 글은 기사 제목으로 쓰기 딱 좋았던 모양"이라고 지난 9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쿠팡 후기'라는 제목의 글 및 현장 사진들로 구성된 게시물을 가리켰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쿠팡을 비롯해 여러 알바를 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체험이 아니었다. 그 일을 직업으로 살아 내는 청년으로서 돈을 벌기 위한 현실이었다"며 "하지만 언론이 보기에 나는 여전히 '정치인'이었고, 지금도 나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고민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을 떠나서라도, 내가 올린 글은 누가 봐도 정치인의 글은 아니었다"고 알바 '후기에 대한 후기'를 공유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쿠팡의 구조를 이해하게 됐다"면서
▷직전 28일 이내 CLS(Coupang Logistics Service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소속 캠프 근무 이력이 없는 신규 헬퍼
▷지각·조퇴 시 추가 수당 미지급, 타 프로모션 중복 불가
▷CLS 계약직 지원 불가
"이 문구들은 명확한 사실을 보여 준다. 높은 시급은 기존 노동자가 아니라 '신규 인력'에게만 주어지는 단 한 번의 미끼라는 것"이라고 당시 '8시간 일당 19만원'을 받게 된 연유를 밝혔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이어진 물류센터 근무는 고되고 치열했다. 하루 일당 19만원은 그만큼의 땀과 체력과 시간을 맞바꾼 값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그 '일당 19만원'이 적힌 프로모션 문자를 단 한 번도 다시 본 적이 없다"면서 "오래 일할수록 오히려 수당이 줄어드는 구조, 경험이 쌓일수록 보상이 줄어드는 시스템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내게 물었다. '나는 쿠팡 하다가 4시간 만에 도망쳤는데, 그걸 어떻게 했냐'라고 말이다. 나도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조퇴하면 높은 프로모션 금액을 포기해야 했기에 꾹 참고 버텼다. 내가 쿠팡 알바를 다녀와 올린 후기에 '당신들이 하라던 알바, 나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들다는 쿠팡 알바도 해 봤다'는 말로 내게 씌워진 조롱과 오해를 반박하기 바빴다. 정치인으로서 구조적 문제를 말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나도 해 봤다'는 식의 개인 경험에 머무른 것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안다. 어떠한 노동은 누군가의 생계 그 자체이며, 개인의 의지로는 뒤집을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때는 레일 위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품들만 보였지만, 지금은 그 물품을 옮기는 사람들의 삶이 먼저 떠오른다. 이 경험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사회는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며 "경력이 쌓여도 시급이 오르지 않고, 생계가 급한 사람들이 '선택' 아닌 '강요된 선택'을 하게 되는 새벽 배송과 물류센터 노동"이라며 "당신은 이 현실을 알고서도 새벽 배송이 필수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최근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토론 이슈로도 떠올랐던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글 말미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은 "'낮에 일하든 밤에 일하든 개인의 선택이지'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질문해야 한다. 그 선택이 실제로는 구조가 만든 비자발적 선택은 아닌지 말이다. 나는 그 현장에서 비로소 이해했다. 문제는 개인의 근성과 선택이 아니라 구조였다"고 재차 강조, "그래서 다시, 묻는다. 우리는 이 구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우리가 누리는 '빠름'과 '편리함'은 누구의 시간과 몸을 비용으로 삼고 있는가. 그 구조를 직시하는 일에서 정치와 변화가 출발한다고 믿는다"고 정치권에서 해야할 일이라는 맥락으로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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