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가난한 이들의 희년(禧年)' 미사를 집전하며 "정의 없인 평화도 없다"고 했다. 또 "복음은 오히려 혼란의 시기에 구원이 온다는 것을 일깨운다"며 희망을 강조했다. 다양한 맥락(脈絡)에서 이해될 수 있는 옳으신 말씀이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를 위해 영적 은혜를 베푸는 해로 25년마다 열리는 정기 희년과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정되는 특별 희년으로 나뉜다.
한국에선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일당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범죄자들이 감방에서 7천400여억원의 돈벼락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항소 포기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검사들을 항명(抗命)이라며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명령이나 제지에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것이 항명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항소 포기'를 명령한 '그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단 인정하는 셈이 된다.
돈벼락을 맞는 행운(幸運)이 범죄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정의(正義)가 아니다. 더욱이 그 돈이 성남 시민의 몫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정의가 아닌 지령을 내린 '그분'은 정의롭지 못한 사람이고, 이런 부당한 명령을 따른 검사들은 나쁜 놈이 된다. 나쁜 놈이 좋은 자리로 영전(榮轉)하여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세상에 평화가 있을 리 만무하다. 정의 없인 평화도 없기 때문이다.
포용금융(包容金融)으로 인해 고신용자의 대출금리가 저신용자보다 오히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신용은 믿음이다.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면, 믿음의 크기는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가난하면 신용이 떨어진다'는 편견(偏見)은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서민들에 대한 모욕(侮辱)이다. 성실하게 대출을 갚는 사람들이 빚을 갚지 않거나 못 갚는 사람들에 비해 역차별받는 상황은 결코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착하고 성실하며 정의로운 사람은 역차별(逆差別)당하고, 나쁜 놈일수록 이익을 챙기는 세상은 정의와 평화가 사라진 어둠의 땅일 뿐이다. 갈수록 깊어지는 어둠 속에서 절망과 포기의 기운이 싹틀 수 있다. 하지만 교황께서 말씀하셨다. 혼란은 구원(救援)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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