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찰스 틸리 교수는 평생을 국가와 전쟁의 관계를 연구한 후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전쟁을 만든다(war made the state and the state made war)"라는 유명한 결론을 내렸다. 수백 년 이상 유럽 국가들의 형성과 발전을 연구한 후 내린 결론으로 후학들의 감탄을 자아낸 탁월한 이론이 되었다. 지구상 모든 나라들이 실질적으로 전쟁에 의해 탄생하게 되며 국가들은 전쟁을 하기 가장 적당한 모습의 조직으로 발전되었다.
웬만한 국가들은 국가가 성립되기 이전 군대부터 만들고 국가가 성립된 후 전쟁을 하기 적합한 조직으로 발전시킨다. 인간 사회의 어떤 조직과도 달리 국가는 전쟁을 위해 조세와 징집이라는 강압적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조직은 국제사회에서 생존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 일상사였다. 평화를 특히 사랑했다는 우리나라 역시 2차 대전의 결과물이며 오늘 대한민국의 국가적 성격을 규정하는 요인들은 한국전쟁을 통해 형성되었다. 다른 모든 조직과 달리 국가의 수장들은 전쟁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었다. 일본은 1945년 8월 미국에게 패망하기 이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쟁 국가였다. 1853년 미국에 의해 강제 개국당한 후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구적 국가로 급격히 변신한 후 연이은 전쟁을 통해 제국의 반열에 올랐다. 청나라와 러시아를 격파한 일본은 조선을 병합하고 만주로 진출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강 미국과의 전쟁을 선제공격으로 도발했다.
일본의 군국주의적 성격을 알게 된 미국은 2차대전 승리 이후 일본을 다시는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1947년 미국은 일본에게 평화헌법이라는 족쇄를 채웠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은 전승국 미국의 강요에 의해 전쟁을 영원히 포기한 나라가 되어야만 했다. 일본 헌법 9조 1항은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되어 있으며 2항은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로 되어 있다. 그럼으로써 전쟁 국가였던 일본은 찰스 틸리 교수의 국가와 전쟁에 관한 이론의 완전한 이단아가 되고 말았다.
일본은 스스로 비보통(非普通) 국가라고 생각했다. 전쟁을 포기한 나라이니 비보통 국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언제라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고 싶어 했다. 미국은 일본을 보호해 주기 위해 동맹도 맺었지만 일본군은 한미동맹의 한국군처럼 미군과 함께 전투하는 군대가 아니었다. 일본군은 미군의 전투를 보조하는 역할 정도를 수행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일본군은 한국군과는 달리 전쟁 시 미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일본을 서서히 보통국가로 전환할 수 있게 한 것은 국제정치였다.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종식된 후 미국은 일본을 마냥 비무장 상태로 놓아둘 수 없다고 생각, 자위대라는 이름의 군사력 보유를 허용했다. 육·해·공군이 아니라 육상 자위대, 해상 자위대, 항공 자위대라는 졸렬한 이름이지만 일본은 조용히 보통국가로 나가기 시작했다. 누가 보아도 항공모함이 될 수 있는 군함을 보유한 일본은 그 군함들을 호위함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일본이 제조한 소류급 잠수함이 가장 소음이 적은 가장 큰 디젤 잠수함임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러다가 일본이 기회를 잡았다. 2021년 아소다로 전 총리는 "대만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일본의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에 미국과 함께 참전할 것"이라는 언급을 했다. 미국은 펄쩍 뛰기보다는 오히려 고마워했다. 작년 미국을 방문한 기시다 수상 앞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동맹은 세계의 등대이며 일본과 미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금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앞에서 "나는 일본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며 미일 동맹은 최상급의 동맹"이라고 말했다.
때때로 "죽창 들고 일본과 싸우겠다"는 한국의 일부 정치가들, 특히 중국의 시진핑과 북한의 김씨 왕조는 일본으로 하여금 보통국가의 꿈을 이루는데 기여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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