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수준의 고(高)환율이 두 달째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자 정부는 24일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 첫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도 이 같은 협의체가 만들어진 적은 없어 충격이 더욱 컸다. 이재명 정부가 드디어 국민의 노후를 지킬 마지막 보루(堡壘)인 국민연금마저 손을 대 부실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터져나올 만하다.
이날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外換市場)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4차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개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이 올해 6월 미국으로부터 환율 관찰 대상국 9개국 중 하나로 지정,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정부의 다급함이 엿보인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 기업의 해외 투자 등을 고환율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환율 1,300원대 시절에도 있었고, 이런 경향들이 심화된 것은 고환율의 원인이 아니라 한미 관세 협상 지연, 기업 규제·부담 강화 등 이재명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결과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원화 약세는 단순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構造的) 자금 유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사상 최대 외국인 매도세(賣渡勢)와 거품론이 제기된 국내 주식시장에 국민연금이 투자 비중을 늘릴 경우 국민의 돈을 외국인에게 몰아주는 꼴이 된다. 국민연금을 이용한 일시적 환율 방어 효과 역시 그 이익 상당 부분은 투자금을 빼가는 외국인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은 노후(老後)를 책임질 최후의 보루이다. 국민연금이 특정 정권의 정책 수단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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