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사실회화 대표작가로 꼽히는 김상우 작가의 개인전 '국보의 혼을 훔치다'가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열리고 있다.
마릴린먼로, 스티브잡스, 오드리헵번 등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극사실주의 인물화로 많은 주목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새로운 소재에 주목했다.
꼬박 2년 가량 준비해 선보이는 전시의 주인공은 바로 국보(國寶). 박물관을 찾아다닐 정도로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문화유산들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침내 실현했다.
인물보다 정물 그리기가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작가는 오히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업할 때 마음가짐부터 달랐습니다. 단순히 정물이 아니라, 나라의 보물이라 생각하니 좀 더 스스로에게 엄격해진 것 같아요. 인물은 내가 보면서 느낀 인상이나 생각이 담기기도 하고 일부 모습에 변화를 주는 등 자유가 보장되는데, 이번 작품들은 실수로 잘못 그리거나 지어내서 그리는 게 예의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도자기의 초상화를 그리듯, 그는 표면의 금 간 부분 하나까지도 똑같이 그려냈다.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은 인물화 작업과 같았지만, 거기에다 수백년의 세월을 품은 흔적을 더해야하는 것이 과제였다. 작가는 군데군데 때가 끼고 갈라진 모습, 특히 오랜 시간이 묻은 오묘한 빛깔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회화와 도자를 한 장면에 배치한 작품들도 시도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나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등 잔잔한 평면 회화 위로 백화청화철채동채초충문병 등 입체의 도자가 동그마니 떠오른 듯한 모습은 신비감과 웅장함을 더한다.
그는 "이전에도 아이폰을 든 마릴린먼로의 모습을 그리는 등 이질적인 요소를 병치시키는 것을 좋아한다"며 "한 장면에서 만나게 했을 때 흥미로운 파열음이 생기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탐구를 이어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하나의 인물을, 혹은 문화유산을 스쳐간 수많은 시간들 중 한 찰나가 박제돼있다. 작가가 꼽는 극사실회화의 매력도 그에 있다.
그는 "순간을 붙잡아서, 마치 이 공간에 실재하는 것처럼 불러오고 싶었다"며 "문화유산을 보려면 특별한 장소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봐야 하지만, 관람객들이 내 작품을 통해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림과 도자를 한 장면에 병치하는 작업을 심도 있게 이어나가보려 합니다.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에 관람객들이 역대급으로 몰리는 등 K-컬처가 각광 받고 있는 시점에, 보다 뜻 깊은 전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시는 1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053-423-1300.































댓글 많은 뉴스
배현진 "왕 되고 싶어 감히 어좌 앉은 천박한 김건희와 한 남편의 처참한 계엄 역사, 결별해야"
[단독] '경제성 제외' 전문가 권고 왜 무시됐나…대구시 신청사 선정 평가 기준 논란
李대통령, '계엄 1년' 3일 저녁 시민대행진 참석
장동혁 "남은 지방권력까지 내주면 대한민국 시스템 순식간에 무너져"
"위헌적 비상계엄 동원돼 국민께 큰 상처"…경찰, 대국민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