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투자 과열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천문학적 투자 규모를 둘러싸고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AI 거품론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를 강타한 거품론에 15일 코스피는 2% 가까이 밀리며 마감했지만, 확산 여부와 관련해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되살아난 '거품론'
AI 거품론은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으로 AI 붐이 시작될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빅테크들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를 주도하는 미국 테크 그룹에 연계된 신용부도스와프(CDS)의 거래량이 올해 9월 초부터 최근까지 약 90%가 급증했다고 15일 보도했다.
CDS는 기업이 부도를 냈을 때 돈을 지급하는 금융 상품으로, 업황 악화 위험에 대한 '보험' 역할을 한다.
이번 CDS 거래량 증가는 특히 데이터센터 등 AI 설비 투자로 수십억달러의 부채를 조달한 클라우드(전산자원 대여) 서비스 업체 오라클과 코어위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메타플랫폼(메타)도 올해 10월 AI 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3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뒤 관련 CDS 거래가 대폭 늘었다고 FT는 전했다.
주요 테크 기업에 연계된 CDS는 AI 낙관론이 대세였던 올해 초엔 수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이 거금을 들여 AI 연산용 반도체를 사들이고 데이터센터 증설을 단행하면서 신용 위험 우려로 CDS의 인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현재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운영사), 오라클 등 4개사가 올해 가을 AI 프로젝트를 위해 융통한 자금은 880억달러(약 129조7천억원)에 달한다. JP모건은 이런 투자 적격 등급의 기업들이 조달하는 AI 관련 자금이 2030년쯤에는 1조5천억달러(약 2천21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증시 급락에도 "합리적 과열"
재부상한 AI 거품론에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2일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7% 떨어졌고, 나스닥종합지수는 1.69% 하락했다.
AI 칩 업체 브로드컴 주가는 향후 제품 수주 잔고가 실망스럽다는 평가에 11∼12일 하루 사이 약 11.4% 급락했다. AI 칩 세계 1위 엔비디아도 지난 한 주(8∼12일) 사이 주가가 5.7%나 빠졌다.
이런 가운데도 뉴욕 증시에선 AI 거품론에 대한 반론이 여전히 만만찮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인터넷 기업 버블)과 비교하면 AI 종목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평가)이 너무 부풀려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AI 기업 중심의 증시 지표인 나스닥 100 지수는 현재 예상 수익 대비 26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닷컴버블 때의 수치인 80배 이상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치다.
엔비디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개별 대표 종목의 주가도 예상 수익 대비 30배 이하로, 지금의 AI 주목도를 고려할 때는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
◆ 국내 증시 영향은?
이런 분위기 속에 15일 개장한 국내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76.57포인트(1.84%) 하락한 4090.59에 마감했다.
특히 '반도체' 주가가 출렁였다. AI 산업 거품 논란 재점화와 이번 주 잇따라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에 대한 경계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때 3.95%와 6.30%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낙폭을 일부 회복한 채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이날 종가는 전장보다 3.76% 내린 10만4천800원, SK하이닉스 종가는 2.98% 내린 55만4천원이다.
다만 이날 AI 거품론 영향에도 국내 증권가에선 코스피 상승 추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증권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증시 전망 보고서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가 출렁일 순 있지만, 내년에도 AI 혁명이 이끄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국내 상장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견고한 국내 증시 호조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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