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스스로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국민주권정부라면서 지난 6개월을 '회복과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관세 협상 타결, 코스피 상승,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을 큰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힘의힘은 다수의 폭정과 내란 몰이에 기반한 약탈과 파괴의 시간이었다고 혹평했다.
칼 폰 클라우제비체는 『전쟁론』에서 '승리의 한계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전세가 유리해 보이더라도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더 이상의 공격은 실익이 사라지고, 오히려 패배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그는 승리 이후의 절제를 전략의 핵심으로 보았다. 진정한 전략가는 적이 약해졌을 때 더 신중해져야 하며, 힘이 클수록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승리의 한계점을 무시해 자멸한 대표적인 사례는 나폴레옹의 1812년 러시아 원정이다. 1812년 9월 14일 나폴레옹 군대는 모스코바를 점령했다. 표면적으로 '승리'였으나 그곳이 바로 '승리의 한계점'이었다. 61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진격했지만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남은 병력은 약 10만 명 뿐이었다. 승리의 정점에서 멈추지 못한 대가는 나폴레옹 제국의 몰락이었다.
이런 통찰은 오늘날 한국 정치에 그대로 적용된다. 대통령 권력과 국회 절대 의석을 동시에 확보한 집권 세력은 제도적 저항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 법안은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숙의와 조정은 '비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배제했다.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는 권력 내부에선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조급함이 정당화된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이후 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등 친노동 반기업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최근엔 법조계와 학계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위헌 법안이라고 반대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입틀막 법이라고 비판받는 정보통신망법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언론의 의견과 주장을 담은 사설과 칼럼까지 반론 보도 대상으로 명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헌정 가치와 사법 체계가 파괴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알렉시 드 토크빌이 경고한 '다수의 폭정'을 떠올리게 된다. 다수의 폭정은 소수가 권력을 탈취하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합법적 선거와 절차를 통해 탄생한 다수가 자신들의 수적 우위를 절대적 정당성으로 착각할 때 발생한다. 법은 유지되지만 정신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은 채 퇴보한다. 클라우제비체와 토크빌은 서로 다른 시대와 영역에 있었지만, 권력의 오만이 체제를 내부에서 붕괴시킨다는 점에서는 정확히 같은 경고를 남겼다.
선거 승리는 모든 정책과 방식에 대한 백지위임이 아니다. 그럼에도 승리한 세력이 반대 의견을 '패배자의 불복'으로 규정하고 절차적 견제를 '기득권의 저항'으로 낙인찍으면 단기적으로는 통쾌한 권력 행사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당성의 급속한 마모를 불러온다.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을 동시에 가진 세력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삐뚤어진 자기 확신이다. "국민이 원한다"는 말은 가장 위험한 언어다. 정부 여당은 민생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보다 특검 만능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조건이 이렇게 완벽하게 갖춰지는 순간은 흔치 않다. 그러나 역사는 이 같은 정부가 오히려 더 빨리 비틀거리며 실패의 길로 들어선 사례를 적지 않게 남겼다. 권력의 승리가 곧 국정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승리에 도취되어 승리의 한계점을 무시할 때 정부는 예외 없이 실패한다. 선거 승리를 통해 국민이 정부 교체를 선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새 정부의 모든 정책과 스타일을 전폭적으로 승인했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의 다수는 '변화'를 선택한 것이지 특정 이념과 세력의 '독점적 통치'를 위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승리한 권력은 이 미묘한 차이를 망각하고 스스로에게 과도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국정은 현실과 어긋나고 민심 이반은 시작된다.
승리보다 더 어려운 것은 승리를 관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관리의 핵심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신호를 읽는 것이다. 정치는 멈춤의 예술이다. 멈출 때를 알지 못하는 승리는 결국 자신을 무너뜨린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첫 새해를 맞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승리의 한계가 주는 교훈을 깊이 성찰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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