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낳아보니 행복이다] 오상종·이가영 부부 "사람답게 사는 힘 키워주는 게 부모 역할이죠"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딸부잣집 여섯 가족, 가족 회의 통해 대소사 결정
가계 부담 줄여줄 다자녀지원책 필요

오상종·이가영 부부와 외할머니, 첫째를 제외한 세 자녀가 바깥 나들이를 나왔다. 오상종 씨 제공
오상종·이가영 부부와 외할머니, 첫째를 제외한 세 자녀가 바깥 나들이를 나왔다. 오상종 씨 제공

경북 고령군에 살고 있는 오상종(56)·이가영(38) 부부는 네 아이 부모다. 한국전력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오 씨는 현장을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아내 이 씨도 포장과 납품 일을 하며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하려 노력한다. 자녀 넷은 모두 딸이다. 첫째 연재(13)는 3월에 중학생이 되고 둘째 연진(12)은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간다. 셋째 연수(5)와 막내 연우(4)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오상종·이가영 부부의 네 자녀가 집 거실에서 TV를 보며 놀고 있다. 오상종 씨 제공
오상종·이가영 부부의 네 자녀가 집 거실에서 TV를 보며 놀고 있다. 오상종 씨 제공

◆집안 대소사는 가족 회의로

오상종·이가영 씨 가족은 구성원이 6명이나 되다 보니 늘 시끄럽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족 회의도 자주 한다. 외식 메뉴부터 여행지까지,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의논해 결정하고 있다. 이럴 때 부부는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 애쓴다. 어리지만 다들 생각이 있고 나름 논리도 분명하다.

첫째 연재는 성실하고 꾸준한 성격이라 말하는 것도 무게가 있다. 반장과 전교 부회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어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려는 성격이다. 학업은 물론 각종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맏이라 그런지 동생들을 잘 챙기며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중심 역할을 하고 있어 고맙다.

둘째 연진은 조용한 편이다.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공예나 미술 활동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너무 조용해 집에 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작품은 열심히 만들어 벽에 걸어둔다. 덕분에 집 분위기가 감성적으로 변했다.

셋째 연수는 활발하고 섬세한 성격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낸다. 가족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재주가 있어 누군가 힘들어 보이면 먼저 다가와 안아주는 따뜻한 아이다. 막내 연우는 언니들 사이에서 자라서인지 말과 눈치도 빠르다. 웃음이 많고 애교가 넘쳐 집안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오상종·이가영 부부와 네 자녀가 휴일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 나와 있다. 오상종 씨 제공
오상종·이가영 부부와 네 자녀가 휴일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 나와 있다. 오상종 씨 제공

◆완벽하게 하려 않는 게 육아 원칙

부부는 애초에 자녀를 네 명까지 낳으려고 생각하진 않았다. 첫째와 둘째를 키우다 보니 아이가 주는 행복이 생각보다 컸고, 셋째는 솔직히 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낳게 됐다. 또 딸이었지만 그래도 감사하고 행복했고 이걸로 끝내려 했다. 하지만 계획하지도 않았던 막내가 생겼고 이 아이도 우리 가족의 일부가 될 운명인가 보다 하며 받아들이게 됐다. 산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태어났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여느 맞벌이 가정과 마찬가지로 이 집도 평일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특히 엄마 이가영 씨는 본인 일에 집안일, 아이들 일정 관리까지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침엔 아이들 넷 다 등교·등원시켜야 하고 저녁엔 숙제 봐주기, 씻기기, 다음날 준비까지 숨 가쁘게 돌아간다. 그래도 외할머니(이가영 씨의 엄마)가 함께 살며 육아를 도와주니 부부에겐 천군만마다.

주말에는 최대한 가족 중심으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 한다. 온 가족이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산책을 가거나, 예쁜 카페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때때로 인근 지역에 나들이를 가기도 하며, 비 오는 날에는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영화나 보드게임을 즐긴다.

육아를 하는데 있어 원칙은 '완벽하게 하려 않는 것'이다.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하려 하다 보면 오히려 지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려 한다. 육아 분담은 서로 할 수 있는 일을 나눠 하는 것이다. 아빠는 주말과 평일 저녁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을 담당하고, 엄마는 전반적인 생활 관리와 아이들 정서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부부는 "고생했다"는 말도 자주 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막내 연우(왼쪽)와 셋째 연수. 오상종 씨 제공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막내 연우(왼쪽)와 셋째 연수. 오상종 씨 제공

◆다자녀 부담 줄여줄 지원책 절실

이들 여섯 가족은 외출할 때 항상 "한 명 빠진 거 아니지?" 하며 서로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식당에라도 가면 "보기 좋다", "대단하다"는 말을 양념처럼 듣는다.

오상종 씨는 "다자녀가정이라 좋은 점은 생각보다 꽤 많다"고 했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지원군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부부가 다 챙겨주지 못하는 부분을 자매들끼리 채워주는 순간을 볼 때면 부모로서 너무 행복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언젠가 외출 준비를 할 때다.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챙기다 보면 늘 시간이 촉박한데, 어느 순간부터 첫째와 둘째가 셋째와 막내의 옷을 입혀주고 신발을 신겨주는 게 아닌가.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물려주기와 관련한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여자아이다 보니 옷이나 신발을 자연스럽게 물려 입히게 되는데, 언니들이 자기들한테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닌 동생들한테 어울릴 것 같은 것들을 자발적으로 골라주고 있었다. 자매들끼리 나누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다자녀가정의 장점과 따뜻함이 이건 것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그래도 일반에 비해 다자녀가정이라 더 힘든 점은 있다. 경제적인 부담과 체력적인 한계, 개인 시간 부족 등이 그것이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며 다시 힘을 내곤 하지만 다자녀가정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늘었으면 하는 게 현실적인 바람이다. 있어도 써먹지 못하는 지원책 말고 교육비, 주거비, 교통비 등 가계 부담을 진짜 덜어줄 수 있는 지원 말이다.

막내 연우 돌 때 찍은 가족 사진. 오상종 씨 제공
막내 연우 돌 때 찍은 가족 사진. 오상종 씨 제공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 길러줘

'성적보다는 사람 답게 사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이 부부의 양육 목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고 있다.

한번은 둘째(연진)가 학교에서 친구와 다퉜는데 자기만 억울하다고 호소하던 상황이었다. 이 때 부부는 무조건 아이 편을 들기보다 "네가 잘못한 부분은 없었는지, 상대방 입장에서는 어땠을지" 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둘째는 친구에게 먼저 사과했고, 이 일 이후부턴 갈등 상황에서 감정부터 앞세우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이를 계기로 부부는 성적이나 결과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돌아보고 책임지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절감하게 됐다. 또 각자의 속도와 재능을 최대한 존중하려고도 애쓰고 있다.

오상종·이가영 부부는 "솔직히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지만 우리는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려 노력한다"며 "소망하는 바는 앞으로의 삶도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 뿐이다"고 했다.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찾은 훗날에도 '우리 집이 가장 편안한 곳'이라고 느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게 부부의 바람이다.

자녀들이 원하는 바도 부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중에 커서도 언제나 함께 하는 가족, 웃고 떠들며 따뜻한 가족이 되길 바란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째 연재는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든 일이 있어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족이 됐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 진로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어떤 일을 하든 끝까지 해내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둘째 연진은 "각자의 시간도 존중하면서 늘 배려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가족이었으면 한다"며 "커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셋째 연수는 "그림도 그리고 춤도 추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자주 웃고, 같이 놀아주는 시간도 많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막내 연우는 "아직 뚜렷한 꿈은 없지만 언니들이랑 계속 같이 살고 싶다"며 "집에 오면 따뜻하고 재미있고 항상 함께 하는 가족이었음 좋겠다"고 말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설날을 맞아 엑스(X) 계정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어둡고 헝클어진 세상을 누구에게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간절한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17일 오후 5시 51분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신속한 진화 작업으로 54분 만에 진화됐다. 봉화군은 주민과 등산객에게 긴급 ...
영화 '대부' 시리즈와 '지옥의 묵시록' 등에 출연한 로버트 듀발이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배우자인 루치아나 듀발은 지난 16일 소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