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존재다. '김완선 다음 엄정화 다음 이효리'라는 한국 가요계 디바 계보론에서도 이효리는 더욱 할 얘깃거리가 많다. 최근 2년 만의 신곡 '마음, 얼음처럼, 단단하게'를 공개한 그의 서사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이효리는 1998년 우리나라 1세대 아이돌 걸그룹 '핑클' 멤버로 데뷔했다. S.E.S.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핑클은 지상파 가요대전 첫 걸그룹 대상 수상(1999년 SBS) 기록을 세웠다. 수상 실적이며 앨범 판매량이며 차트 순위며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걸그룹은 이젠 5세대까지 진화한 국내 걸그룹들의 영원한 롤모델이다.
그러던 이효리는 4명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솔로 가수로 나섰다. 2003년 여름 1집 앨범 'StyliSHE'(스타일리'쉬')를 내놓으면서다. 좀 불확실한 도전이었다. 90년대를 풍미한 핑클을 비롯해 S.E.S., H.O.T., 젝스키스, god, 신화 등 1세대 아이돌의 시대는 2000년대 초반 저물고 있었다. 아이돌 음악이란 게 계속 대중에 '먹힐 지' 장담할 수 없는 안갯속 같은 가요판에 1세대 출신 이효리가 출사표를 쓴 것.
결과는 '이효리 신드롬'이었다. 이효리는 핑클 시기에 1차례 탄 가요대상을 솔로 첫 해였던 2003년엔 5차례나 거머쥐었다. 또한 같은 해 국내 각종 신문 1면에 891차례 등장, 기네스북 기록에 올랐다.
이효리가 확신을 보여준 덕분일까. 아이돌 업계는 그 해 말 향후 2세대 아이돌로 분류될 동방신기를 데뷔시켰고, 이후 아이돌이라는 음악 카테고리는 '한류' 'K팝'이라는 수식을 얻으며 늘 흥행에 성공하는 산업으로 변모했다. 이효리의 이 앨범은 마치 홍콩영화처럼 짧은 전성기를 마무리하고 쇠퇴기에 접어들 뻔 한 대한민국 아이돌의 2003년 이전과 이후를 잇는 중요한 성공 사례인 셈이다.
이 앨범은 이효리 본인에게도 '롱런'(지속가능한 연예 활동)의 디딤돌이 됐다. 아이돌의 수명은 길지 않다. 일단 초반에 성공하지 못하면 조기에 퇴장해야 하는데다, 보통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 내지는 활동중단 상황에 놓인다. 이때 솔로 가수나 배우 등의 이모작에 나서는데, 성공할 확률은 더욱 쪼그라든다.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옥주현(핑클)과 바다(S.E.S.), 드라마에서 연기 활동을 펼치는 서현진(밀크)과 윤아(소녀시대)가 몇 안 되는 성공 사례인데, 이효리는 이모작을 넘어 삼모작 역시 성공한 사례로도 분류할 수 있다.
생활 모습, 즉 라이프스타일 하나하나가 대중(이라 쓰고 '소비자'라 읽는다)의 시선을 끌어 유행이 되고 마는 이효리는 과거 11년 간 제주도에 살며 제주살이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으며 요즘은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요가원이 문전성시다. 방송가와 광고계는 '명불허전 블루칩' 이효리가 또 어떤 트렌드를 퍼뜨릴지 또 어떤 파격적 음악 변신을 보여줄 지에 안테나를 기울이고 있다.
역설적으로 20여년 전 발매된 그의 1집 앨범은 트렌드에 영민하게 올라 탄 사례다. 히트한 타이틀곡 '10Minutes(텐미닛)'은 2년 전인 2001년 범지구적 인기를 얻은 미국 알앤비 여제 Mary J. Blige(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Family Affair(패밀리 어페어) 스타일의 끝물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다.
왜 2년이나 시간 차가 난 걸까? 2003년 한 휴대전화 CF에 패밀리 어페어가 삽입돼 큰 관심을 불렀고 같은 해 비슷한 질감과 작법의 텐미닛이 연이어 TV와 길거리에 울려퍼지며 대중의 귀에 꽂힌 셈이다.
물론 얄팍하게 시류만 좇은 게 아니라서 성공했다. 이 앨범은 외적으로는 이효리를 소녀에서 한국의 제니퍼 로페즈 내지는 마돈나(둘 다 당대 미국의 섹시 디바이자 만능 엔터테이너)로 변신시키면서 내적으로는 레코딩에 10명, 믹싱에 6명의 엔지니어가 달라붙는 등 음악 품질 그 자체를 높이는데 꽤 신경 썼다.
요즘이야 K팝에 블록버스터급 제작진이 투입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때만 해도 전과 비교해 공을 더 들인 시도였다. 텐미닛은 곡을 쓴 작곡가 김도현에게도 현재까지 그의 이력에서 대표곡으로 분류될 정도로 그때 있는 힘 다 쏟았던 맥락이다. 이효리도 앨범 총괄 프로듀서를 공동으로 맡아 책임감을 보여줬다. 여러모로 '잘 될'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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