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지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사례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흐름이 드러난다. 업종을 가리지 않은 거래 확산, 매각과 투자 전략의 병존, 그리고 기업 승계 시점에 놓인 경영 환경 변화다. 이 같은 흐름은 지역 기업들의 생존 전략과 자본 이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활발해진 기업 M&A
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사인 서한은 대구 동구 신천동 대구 메리어트 호텔 운영사가 가진 지분 매각에 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고 이달 중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서한은 전체 지분의 30% 이상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매각 대금은 500억~600억원대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은 앞서 지난해 구미국가산업단지 1단지 내 호텔 개발 사업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건설업 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다각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유통·금융 부문에서도 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코스피 상장사 대구백화점은 오너 일가가 보유한 금융 계열사인 대백저축은행을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매각 대상은 구정모 대표 등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경영권 지분 70%로 희망 매각가는 약 3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유통 본업인 대구백화점에 이어 금융 계열사까지 매각 대상에 오른 것이다. 다만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동성로 본점 부지는 2017년 영업 종료 이후에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도심 핵심 상권에 위치한 자산임에도 재개발이나 매각 등 가시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지역 기업들의 M&A 전략은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과 지분 투자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일찌감치 수익 다각화에 나선 기업으로는 HS화성이 꼽힌다. HS화성은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21.49%를 보유하고 있으며 KCGI자산운용 지분 4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HS화성은 2023년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한 KCGI자산운용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며 건설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금융·투자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들어 누적 순이익 4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수익성이 2배 이상 개선됐다.
◆창업 1세대 고령화 누적
이 같은 흐름은 대구경북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지역 창업 기업 1세대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기업 승계 또는 기업 매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물은 쌓이고, 이를 인수하려는 수요도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제조 중소기업 수를 CEO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만 유일하게 증가(11.2%)하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 CEO는 60대 이상을 기업 승계 적정 시기로 인식하나 상당수는 구체적 후계 계획이 없는 등 승계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
매수 시장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지역 자본의 주요 투자처가 부동산이었다면 최근에는 중소기업 M&A로 자금 흐름이 이동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지역 기업 투자도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M&A 시장 특성상 거래 정보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채 물밑에서 조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체감 거래는 분명히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다만 지역 경제 차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 지역에 더 바람직하다는 시각과 함께, 사모펀드의 단기 차익 추구로 인한 '먹튀' 논란, 기업 매각 확산이 장기적으로 벤처 창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M&A 전문가인 허수복 퍼시픽경영자문 대표는 "과거와 달리 최근 사모펀드는 기업 가치를 키운 뒤 재매각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며 "경제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단기 차익 중심의 투자 방식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종업원지주제도 역시 기업 승계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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