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큰 폭으로 줄었지만, 글로벌 초대형 인수·합병(M&A)이 늘면서 전체 결합 금액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기업결합에서 데이터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는 등 심사 기조를 한층 강화했다.
공정위가 4일 발표한 '2025년 기업결합 심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590건으로, 2024년 798건보다 26% 감소했다. 반면 결합 금액은 358조3천억원으로 전년 276조3천억원 대비 30% 늘었다. 신고 대상 합리화로 건수는 줄었지만, 초대형 거래가 늘며 전체 금액은 크게 불어났다는 분석이다.
결합 주체별로 보면 국내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416건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으나, 금액은 52조4천억원으로 14.6%에 그쳤다. 외국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174건으로 29.5%였지만, 금액은 305조9천억원으로 전체의 85.4%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 기업 간 결합 금액만 295조원에 달해 전체 결합 금액 증가를 이끌었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은 137건으로 국내 기업결합의 32.9%를 차지했고, 금액은 21조5천억원으로 41%에 달했다. 기업집단별로는 SK, 태광, 한화 순으로 기업결합이 많았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367건으로 전체의 62.2%를 차지했고, 제조업은 223건으로 37.8%였다. 반도체 설계와 소재·부품·장비, 데이터센터, 기업용 인공지능(AI) 솔루션, 클라우드, 로봇 등 AI 가치사슬 전반에서 기업결합이 활발했다. 게임,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K-컬처 산업에서도 국내외 기업 간 결합이 다수 이뤄졌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가 큰 결합을 중심으로 심층 심사를 확대했다. 지난해 심층 심사 건수는 50건으로, 2024년 36건보다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Synopsis-Ansys 주식 취득', '티빙-웨이브 임원 겸임', '지마켓-알리익스프레스 합작회사 설립' 등 3건에는 시정조치가 부과됐다.
특히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합작회사 설립 건은 플랫폼 기업결합에서 데이터 경쟁 효과를 본격적으로 검토해 조치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양사 결합이 거래 데이터 집중을 통해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용호 공정위 국제기업결합과장은 "데이터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본격적으로 검토해 조치한 첫 사례"라며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 경쟁당국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시정조치를 부과한 기업결합에 대한 사후 관리도 강화했다. 필요할 경우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이행감독기구를 구성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시정조치 불이행 시에는 역대 최대 수준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빅테크 기업이 AI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과 역량만 흡수하는 '채용 인수' 등 새로운 유형의 기업결합에 대한 대응도 예고했다.
신 과장은 "핵심 인력과 이들이 보유한 역량, 지식재산권이 함께 이동하는 경우 사실상 기업결합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관련 제도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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