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의 최전선에서 '분산 배치'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지진 리스크와 지정학적 위협에 대비해 신주, 타이중, 타이난 등 4개 거점으로 생산 기지를 분산시켰다.
일본 역시 규슈와 홋카이도로 반도체 단지를 나누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용인·평택 등 수도권 남부에 반도체 생산 능력을 '올인'하고 있어, 전력망 사고나 재난 발생 시 국가 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경북도가 11일 "반도체 팹의 구미 유치는 국가 안보 차원의 결단"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배경이다.
◆"허허벌판 아니다"…'소부장' 생태계 이미 완성
경북 구미가 내세우는 가장 큰 경쟁력은 '속도'다. 통상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로 조성하려면 부지 확보부터 용수·전력 인프라 구축, 배후 단지 조성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구미는 다르다. 반도체 50년 역사를 가진 구미에는 이미 344개의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이 가동 중이다.
SK실트론(웨이퍼 세계 3위), LG이노텍(통신반도체기판 세계 1위), 원익큐앤씨(쿼츠웨어 세계 1위)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촘촘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생산 공장을 유치할 경우, '소재-부품-제조'로 이어지는 완벽한 공급망이 즉시 작동하게 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는 허허벌판에 새로 짓는 산단이 아니다"라며 "이미 축적된 50년의 노하우와 생태계 위에 팹이라는 화룡점정을 찍기만 하면 되는 '준비된 도시'"라고 설명했다.
◆신공항이 바꾼 지형도… 물류·인력 난제 해결
그동안 지방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물류'와 '인력'이었다. 하지만 2030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 신공항이 판도를 바꿨다. 구미 국가산단에서 신공항까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10km, 차로 10분이면 닿는다. 항공 물류 의존도가 높은 첨단 반도체 제품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를 수 있는 '하늘길'이 열린 셈이다.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수도권 공항 포화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인력 문제 역시 해결책을 마련했다. 금오공대, 포항공대(POSTECH), DGIST 등 지역의 우수한 이공계 대학과 연계해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경북도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과 함께, 고급 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교육·문화 인프라를 결합한 파격적인 정주 여건 개선안도 내놨다.
◆ "수도권 규제 완화의 악순환 끊어야"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뼈아픈 과거 사례도 언급됐다. 김장호 시장은 "2019년 SK하이닉스가 용인으로 갈 때, 그리고 2023년 이천으로 확장할 때 정부가 수도권 규제 총량을 풀어주고 물환경보전법 규제까지 완화해 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업 편의를 위해 수도권 규제의 빗장을 풀어버려 지방의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만약 그때 규제를 완화해주지 않았다면 기업들은 당연히 인프라가 갖춰진 구미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전략이 성공하려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지방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1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 "지방 투자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과감한 지방 투자를 주문했다. 경북도는 이번 유치 선언을 기점으로 포항의 이차전지·수소, 영주의 베어링 산업과 연계해 경북 전체를 '첨단 산업의 남부권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우리가 용인에 있는 것을 뺏어오자는 게 아니다. 용인이 감당할 수 없는 전력과 용수 문제를 지방이 나눠 맡아 리스크를 줄이고 시너지를 내자는 것"이라며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준비된 구미뿐"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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