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칠십이 되면서 나는 스스로 세상에서 떨어져 나왔다. 노인 나라로 건너온 것이다."
엄상익 변호사가 2년간의 실버타운 입주 경험을 바탕으로 쓴 생생한 체험기를 펴냈다.
일흔의 나이에 동해 바닷가의 한적한 실버타운에 입주하게 된 그는, 이 책에서 '저승 대합실'이라고 자조하는 노년기 인간 군상들의 속살을 섬세한 필치로 담담하게 펼쳐낸다.
실버타운에서는 젊어서의 영광이나 상처는 중요하지 않다. 노년이라는 이름 앞에 모두가 평등해진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 저자는 그런 노인 나라에 두 가지 공통된 과제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저자는 이 과제들을 짊어진 입주자들의 다양한 삶의 양상을 소개하며, 어떻게 잘 나이들어갈 것인지 독자 스스로 깨치게 한다.
1장 '노인들의 자기소개서'에는 잘나가던 젊은 시절 얘기를 했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교수 출신 노인, 툭하면 욕을 내뱉는 경찰 출신 노인, 자존심을 지키고자 이웃과 소통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노인 등 인생 황혼기에도 자기 고집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얘기를 다룬다.
2장 '가난한 부자 노인들'에서는 유병장수하며 돈이 점점 떨어져가는 상황에 애를 태우는 노인들과, 죽음 문턱에서도 돈 한 푼 쓸 줄 모르는 구두쇠 노인들의 얘기와 함께 한편으로 마음이 부자인 노인들의 지혜로운 일화도 함께 실었다.
3장 '곱게 늙어간다는 것'에는 느림과 비움의 자세로 살아가는 입주자들의 얘기 등을 소개하고, 4장 '노년의 자잘한 즐거움'에는 지리산 수필가로 사는 방송사 사장 출신의 지인 얘기, 해변에서 주운 백합조개로 작품을 만드는 노인 얘기 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재미를 찾아 노년의 마음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5장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에서는 노인들이 하는 세 가지 후회가 무엇인지, 또 그런 후회를 하지 않고자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사는 노인들의 얘기를 유쾌하게 펼친다.
저자 자신의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한 실버타운이 글을 쓰고 물을 좋아하는 자신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무료한 지옥일 수 있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실제로 그의 지인들이 구경삼아 실버타운에 왔다가, 경치는 좋으나 자신과는 맞지 않는 곳이라며 그대로 돌아갔다는 일화도 함께.
그래서 저자는 실버타운에서의 삶은 현세와 내세 사이 존재하는 황혼의 틈새를 즐기려고 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완만한 죽음이 진행되는 실버타운에서 사멸의 과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하루하루의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아껴쓰는 지혜로운 입주자의 얘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그가 전하는 실버타운 속 얘기를 읽으면서 울며 웃다보면, 모든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젊은이들에게는 뿌리처럼 단단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힘을 주고, 황혼녘에 다다른 이들에게는 슬기롭게 노년기를 맞이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주는 책이다.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만큼 정확한 것이 있으랴.
"80, 90대 노인들이 많은 실버타운이 2년 가까이 있어보니 노인들이 후회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다 살고 보니까 인생이 별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아등바등 힘들게 살았을까 하고 후회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39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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