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심강우] 날개가 꺾이지 않기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심강우 시인·소설가

심강우 시인·소설가
심강우 시인·소설가

류의 딸은 원하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도시에 있는 학교로 전학했다. 비슷한 시기에 내 아들 역시 취업과 동시에 대도시로 방을 얻어 나갔다. 류의 딸은 새 학기를 맞았고 내 아들은 첫 출근을 맞았다. 류는 본인보다 아내가 더 힘들어 한다고 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딸로 살아본 엄마는 현재의 딸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남녀평등이 더 이상 의제가 될 수 없는 시대상황과는 별개로 세상 부모들에겐 여전히 아들보다 딸이 좀 더 애틋하다.

강변 산책길을 걷다 미루나무를 봤다. 내 눈길을 끈 건 새들이 떠나고 없는 빈 둥지였다. 언젠가 본 조류 생태에 관한 다큐가 생각났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하루에도 수십 번 먹이를 물어 주며 지극정성으로 키운 새끼를 때가 되면 어미 새가 얄짤없이 내치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이소(離巢). 그게 새가 사람보다 지능이 낮아서 보이는 행태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사랑은, 더욱이 자식에 대한 사랑은 지능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들에게 집은 새끼를 낳고 키우는 장소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은 어떤가. 자식들이 떠나면 남는 게 집뿐인가. 옷걸이도 남고 칫솔도 남고 침대도 남고 책상 아래쪽에 붙여 두었던 껌도 남고 식탁의자도 남고 소소한 청구서며 메모장도 남고 손때 묻은 책들도 남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부모가 남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남으니 미련과 추억 또한 떠나지 못한다. 부모는 거기에 걱정을 보탠다. 남은 집은 전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빈 둥지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그럴싸한 말이지만 엄밀히 말해 반쪽짜리 개념이다. 사람에게 빈 둥지는 외로움과 힘겨움의 상징이지만 새들에겐 성장과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말의 어원을 더듬다 보면 상당수의 개념이 자의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사람의 관점에서 이름을 짓는 게 마땅하다. 그에 반대할 생각도 없다. 다만 어원이 내재한 의미를 다층적으로 짚어 보자는 것이다. 어떤 말이건 말의 원점을 둥지로 삼는다. 둥지의 말을 키우는 건 사람의 태도이다.

제비나 황새 같은 몇몇 새를 제외하곤 둥지를 떠난 새들이 다시 돌아올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그 또한 지능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미 새가 인터뷰이라면 어떨까. "지금 심경요? 저 애들은 날개를 얻었어요. 제 몫의 하늘을 정할 수 있는 날개를요." 아이들이 온전한 날개를 얻기까지 류와 내가 비행한 거리를 따지는 건 부질없다. 내 바람은 소박하다. "부디 날개가 꺾이지 않기를!" 어떤가 류, 자네는?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공천이 시도되자 지역 정치권에서 '민주정당이...
구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산동 6-2 부지에 최고 46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현재 구...
서울중앙지법은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라는 동생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으며, 동생은 퇴근 후 목욕 중 불평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작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파병 압박을 가했으나, 주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