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50조원의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협력을 공식화했고, AMD의 리사 수 회장은 삼성 평택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동맹을 논의했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인공지능(AI) 전쟁은 특정 반도체가 아니라 메모리·연산·전력 효율의 '통합 시스템' 최적화에 달려 있다.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이 이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18일 삼성전자 주총에서 확인된 사상 최대 매출과 6세대 메모리(HBM4) 양산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이 같은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정부의 프로젝트는 특정 기업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인데, AI 경쟁을 특정 반도체 대체 싸움으로 봐선 곤란하다. 오히려 우리의 강력한 무기들을 국가적 전략에 기반해 어떻게 꿰어낼지가 필수다. 정부가 육성하려는 AI 전용 반도체(NPU)의 경우, 전력 효율은 높지만 용처가 한정적이어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로봇 등 명확한 공략 대상 선정이 우선이다. 전략적 부재 속에 50조원을 쏟아붓는다면 시장 혁신을 돕기는커녕, 기업들이 정부 과제 수주에 매몰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저금리 대출이나 보조금 등 일회성 수혈이 아니라 규제 혁파(革罷)를 통해 초격차 기술을 마음껏 펼칠 운동장을 만들고, 전문 인력이 넘쳐 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반도체 패권(霸權)을 쥐기 위해 국가가 할 일은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라는 산술적 접근이 아니라 "어떤 반도체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라는 구조적 답변이다. 결국 관건은 50조원이라는 지원 규모가 아니다. 어떤 산업과 결합해 한국만의 독보적 우위를 점할지에 대한 국가적 밑그림이 먼저다. 시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뒷북 정책은 자칫 소중한 국부의 낭비로 이어질 뿐이다. 정책 당국은 지원 규모의 상징성에 취하기보다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국가적 전략 지도부터 그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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